공공부문 일자리 제공 역할 축소…고용 한파 거셀 듯
고용 한파가 우려되는 올해 정부가 공공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로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벌써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고, 기업의 투자 축소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일자리 분야 과제 추진방향으로 민간 주도의 고용시장 회복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반 확충을 내세웠다.
수출활성화, 투자촉진 및 규제혁신 등을 통해 민간 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 자연스럽게 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취업 취약 계층인 청년(17만 명 이상)에 대해서는 일경험 확대, 맞춤형 고용서비스 강화 등으로 민간기업 취업을 지원한다.
이러한 정부의 고용정책 방향은 공공 주도로 일자리 창출을 꾀한 전 정부와 대조를 이룬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인력 감축에서 잘 들어난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기능조정과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올해부터 전체 인력(정원)의 1만2442명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전체 정원(약 44만9000명) 중 28%를 구조조정하는 셈이다.
이를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으로는 당장 올해부터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다.
우려스러운 점은 올해 경기침체로 고용 한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마저 일자리 제공 역할을 축소하면 청년 등의 일자리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경기 둔화 등으로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의 10분의 1 수준인 8만 명 정도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한 듯 최근 증권사, 은행 등 금융권을 비롯한 각종 업체에서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아 대기업 중심의 신규 채용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나아가 대기업의 경우 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날부터 전사적으로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50% 이상 줄일 예정이며 LG디스플레이는 필수 경상 투자 외에 투자·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고용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가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 바람대로 민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경기 침체로 고용 사정이 안 좋아 진다면 공공부문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