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나경원 언급 전에 정부와 분명 협의 중이었다"
나경원, 관련부처 차관회의 주재해 협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
그러나 기재부 "아이디어 차원, 공식 논의된 내용 아니다"
尹 직접 해명 지시해 '토사구팽' 추측…당권 포기 압박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이 밝힌 ‘출산 시 대출금 탕감’ 정책에 대해 6일 용산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부인한 가운데 저출산위는 정부와 협의했던 사안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나 부위원장을 정치적으로 ‘토사구팽’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나 부위원장이 5일 간담회에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안 수석 브리핑 직후 저출산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이 해당 정책을 간담회에서 언급하기 전에 이미 정부부처와 분명 협의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나 부위원장의 언론간담회 후에 해당 정책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협의에 나섰다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나 부위원장이 직접 관련부처 차관회의를 여러 차례 주재했던 만큼 정부와 협의 하에 정책 관련 내용을 밝히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기재부는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나 부위원장의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재부 내 인구위기대응 테스크포스(TF)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고 나 부위원장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은 아니다”며 “헝가리식 대출 탕감 관련해선 과거에도 나 부위원장이 한두 번 말했던 내용이고, 참고할 만하다고 했던 것 뿐 구체적으로 검토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종합하자면 저출산위 운영 구조상 해당 정책에 대해 정부가 협의했을 공산은 크지만, 정부는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서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막으려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의 간담회 내용이 보도되면서 관계부처의 질문이 쇄도했고 그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중요 안건이라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적절히 대응하라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권과 결부된 정무적 판단인지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이 고위관계자는 “사회수석실은 대통령실 내에서 정책 라인이라 정치적인 건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압도적 1위로 나타난다. 반면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결국 윤 대통령으로선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 포기를 유도해야 하고, 대통령실의 이날 브리핑은 이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