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이후 재차 헌재 심판대 오른 ‘도서정가제 위헌성’
헌법재판소가 12일 오후 ‘도서정가제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가격할인 금지를 도서에만 적용하는 것이 공공성에 어긋난다는 청구인 측과 공익적 차원에서 중소형 서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도서정가제란 책 가격의 과도한 할인을 막는 제도다. 서점들이 자의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해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학술 분야 등의 서적 출간 진흥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03년 2월부터 시행됐다.
도서정가제는 여러 번의 개정을 거쳐 2014년 11월부터는 10% 가격할인에 간접 할인을 5%까지, 최대 15%의 할인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전자책 작가로 활동하는 청구인 A 씨는 이 같은 도서정가제가 부당하다며 2020년 1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및 같은 조 제5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헌재는 2011년 4월 도서정가제 조항에 관해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헌재가 심리한 사건의 청구인은 출판사 관련 협회 등이었다. 헌재는 청구인들과 도서정가제 조항 사이의 직접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각하’ 결정했다.
이후 작가인 A 씨가 다시 헌재의 문을 두드리게 됐는데 A 씨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취지로 위헌을 주장했다.
이날 청구인 A 씨 측 대리인은 “입법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 조항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으로서 문학작품 등과 예술작품은 본질적으로 같음에도 불구하고 도서의 경우에만 합리적 이유 없이 가격할인을 금지하므로 공공성 및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인인 문화체육관광부 측 대리인은 “도서정가제는 단순히 간행물 판매업자와 출판업계의 이익 확보 수단이 아니라 문화국가 달성에 필요한 제도”라며 “현재는 제도 성숙 단계라 도서정가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도서정가제가 달성하는 문화국가의 원리 실현과 경제 민주화 달성이라는 공익은 청구인이 침해받는 사익보다 중요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리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윤성현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현시대에 도서정가제가 신인 작가를 발굴·보호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미 온라인 서적 구매가 보편화하여 지역 서점 보호 효과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관계인 측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에 의한 출판시장의 혼란과 왜곡을 방지함으로써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출판시장의 도로교통법’”이라며 “가격 경쟁에 취약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문화 다양성의 보루”라고 설명했다.
양 측 의견을 청취한 헌재는 추후 선고기일을 잡고 또 다시 ‘도서정가제 위헌확인’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