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눈 치웠는데 4만 원?…MZ세대가 공무원 안 하려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27 16:47수정 2023-01-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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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설작업 중인 인천 연수구 연수구청 공무원들(뉴시스)
26일 전국에는 새벽부터 폭설이 내렸습니다. 중부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날까지 추워 시민들은 빠르게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는데요. 혹한에도 밤새워 ‘열일(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전날인 25일 밤 11시부터 제설 2단계를 발령하고 비상대응체계를 발동함에 따라 서울에서만 인력 9405명이 제설작업에 투입됐죠. 제설 전문 인력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공무원은 전날 밤부터 출근해 제설작업을 도왔습니다.

밤새워 쓸고 닦고…제설작업 나선 공무원들

어제와 같은 비상 상황에 제설에는 기존 제설 전반을 담당하던 시·구청의 재난안전과는 물론, 행정복지센터 공무원까지 동원됩니다. 원래 업무와 관계없이 제설작업에 나서는 건데요. 이날 충주시는 전 직원이 야간 제설작업에 동원됐고, 인천은 공무원 502명을 투입해 제설 작업에 나섰습니다.

각 시·도청은 대설, 폭염, 한파 등 재난에 대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재난안전대책본부 근무 기준을 △평시(관심) △보강(주의) △1단계(주의) △2단계(경계) △3단계(심각)의 5단계로 나눴습니다. 적설량이 5㎝ 이상이거나 대설주의보가 발표됐을 때는 2단계, 적설량이 10㎝ 이상 예보됐거나 대설경보가 발표됐을 때는 3단계 비상근무에 들어가게 되죠. 26일은 2단계에 해당합니다.

이때 시 단위에선 2단계 기준 6개 실무반을 동원하며, 자치구와 시설공단 등이 제설작업에 참여합니다. 공무원들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눈 쓸기에 나섭니다. 근처에 상가가 없는 버스 정류장이나 학교 인근, 빗물처리장 등 공공시설 제설 작업은 공무원의 몫입니다. 거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염화칼슘 보충을 요구하거나 제설을 요구하는 민원인의 전화를 받거나 상황을 안내하기도 하죠.

폭우가 쏟아지거나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비슷한 일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여름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질 때도 공무원들은 밤을 지새우거나 조기 출근해 복구 작업 등에 동원됐습니다. 당시 쓰러진 가로수를 수습하던 한 동작구청 직원은 전선에 감전돼 숨졌습니다.

▲(뉴시스)

대설 예보에 일단 대기…2시간은 무급

공무원은 ‘시민의 봉사자’인 만큼 재난·위기 상황에 도시 안전을 위해 힘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눈·비 등으로 인한 시민 피해가 예상되는 날이면 약속도 취소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야 하죠. 그런데, 그에 대한 보수는 제대로 지급되고 있을까요.

‘공무원수당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비상근무 일당은 하루 최대 4시간, 한 달 최대 57시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초과해 근무해도 수당은 받지 못합니다. 그마저도 예산이 부족하면 다 못 받을 가능성이 있죠. 야간 비상근무의 경우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일하는데, 교대 휴식 5시간을 제외하면 2시간은 무급 봉사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하루 수당은 4시간, 10시간 근무 수당은 이틀을 합쳐 8만 원 정도 되는데요. 26일 제설 작업에 투입된 청소 용역 업체가 9시간 제설작업에 17만 원 일당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비상근무라지만, 근무 여건도 좋지 않습니다. 휴식 시간에 마땅히 쉴 곳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서울시 한 지역구 행정복지센터에서 생활보장과 주무관으로 근무 중인 김모 씨(24)는 폭설이 예고됐던 6일 야간 비상근무에 동원됐습니다. 이날 예보와 달리 큰 눈이 내리지 않아 김 씨는 제설작업 없이 대기했는데요. 행정복지센터에는 별도 숙직실 등이 마련돼있지 않아 그를 비롯한 직원들은 맨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쪽잠을 잤습니다. 이불 대신 패딩이나 각자 챙긴 담요를 덮었죠. 그는 “근무 중인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을 위한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다행히 요가 매트는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8월 수해 피해신고 접수 받는 행정복지센터(뉴시스)

‘워라밸’ 못 지키는데 박봉까지…MZ가 공직 사회 떠나는 이유

MZ세대가 공직 사회를 떠나는 건 고된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2022년 공무원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 발표를 종합하면 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공직 퇴직자 1만693명 중 MZ세대(2030세대)가 80%를 넘어섰습니다. 퇴직자 수 자체도 2017년 5181명에서 두 배 급증했습니다. ‘철밥통’ 직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2013년 9급 공무원 기준 74.8대 1이었던 경쟁률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29.2대 1을 기록했죠.

박봉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올해 일반직 9급 공무원(1호봉)의 월급은 177만800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요. 지난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년간 실질임금 약 4.7%가 삭감됐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에서 조기 퇴직이 늘고 있다. 경직된 공직문화와 낮은 보수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9급 초임 봉급액 177만800원은 지난해 168만6500원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인 5%만큼 올린 금액입니다. 다만 이 나름의 파격적 조치가 과연 떠나가는 MZ세대를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공시를 준비하는 한 20대 네티즌은 “월급이 생각보다 적고 워라밸도 별로라서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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