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만큼 시급한 과제가 기초연금 개혁이다.
현재는 소득이 전체 노인(65세 이상) 하위 70%인 가구에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수급자도 비례해 늘어난다. 그런데,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노인 인구 진입으로 노인층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선정기준액도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선정기준액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평가액과 자산 소득환산액 합계의 상한선이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202만 원, 부부가구 323만2000원이다. 대출 없이 서울에 평가액 5억 원 상당 자가와 예금 2000만 원을 보유한 부부가구라면, 기초연금을 받기 위한 근로소득 상한선(홑벌이 기준)은 올해 월 394만3000원이 된다. 같은 자산을 기준으로 2015년엔 근로소득 상한선이 92만1000원이이었다. 불과 8년 새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렇게 절대·상대빈곤층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수급자가 늘면 기초연금의 빈곤율 개선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전체 노인 인구에 비례해 수급자 수가 늘면서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건 덤이다.
무엇보다 형평성 문제가 크다. 순자산 5억2000만 원에 홑벌이로 월 근로소득이 400만 원 가까이 되는 가구라면 전체 가구에서도 평균 이상이다. 단순히 ‘노인’이란 이유로 월 30만 원씩 받는 것이다. 반면, 이들보다 가난한 비노인 가구에는 지원이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자들은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가 차감된다. 기초연금이 소득 하위 70% 내 소득 격차를 키우는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가 포함된 가구도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녀 결혼자금이나 의료비, 사업 등을 목적으로 연금을 일시금으로 끌어다 쓴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로부터 혜택을 본 사람들’로 묶여 소득인정액이 ‘0원’이어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2016년부턴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이 국민연금에 역전됐다. 기초연금 개혁이 없다면, 2016년 이후 공무원 입직자들은 국민연금 가입자들보다 ‘가성비 떨어지는’ 연금을 받는 대가로 본인은 물론, 배우자의 기초연금 수급권도 잃게 된다.
우선은 기초연금제도의 목적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빈곤율 개선이 목적이라면 생계급여 인상을 전제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통합이 타당할 것이다. 단순히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충해주는 게 목적이라면 주택연금, 노인일자리 사업 등으로 자산의 현금화 또는 경제활동을 지원하되, 현금급여는 자산의 현금화나 경제활동이 어려운 가구에 집중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기초연금 자체가 잘못된 제도는 아니다. 도입 초기에는 빈곤 노인이 많았던 게 사실이고, 상당수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짧아 연금소득도 턱없이 적었다. 지금은 베이비부머의 노인 인구 진입과 함께 ‘상대적으로 부유한’ 노인이 늘고 있다. 앞으로 10년여간은 집값 폭등과 국민연금제도 도입의 최대 수혜 세대가 새로 노인 인구에 진입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제도도 변해야 한다. 기초연금제도는 지금이 변화의 적기이자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