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왕실 등 투자했지만, 주가 추락 못 버텨
아다니그룹 산하 상장사들 시총 920억 달러 증발
인도 센섹스지수 올 들어 2% 하락, 주요국 증시와 대조
아다니, 아시아 최대 부호 자리도 라이벌에게 내줘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다니그룹 주력사인 아다니엔터프라이즈는 2000억 루피(약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취소했다. 회사는 성명에서 “투자자 이익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잠재적인 재정적 손실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자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다니엔터프라이즈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실이 관리하는 투자회사를 비롯해 인도와 중국 유명 투자자들까지 몰려들면서 유상증자 모집액 100%를 확보했다.
그러나 힌덴버그 공격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결국 유상증자를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다니엔터프라이즈 주가는 이날만 28% 폭락했다. 종가는 2135.35루피로, 유상증자 가격 범위인 주당 3112~3276루피를 크게 밑돌았다. 주가는 장중 1941.20루피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주 힌덴버그 보고서 발표 이후 아다니그룹 산하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지금까지 920억 달러 증발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주요 상장사가 판매하는 채권에 대한 가치를 ‘제로(0)’로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일이 아다니 개인의 충격에 그치지 않고 인도 증시와 경제마저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증시 센섹스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 하락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새해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아다니그룹에서 하나 또는 여러 자회사의 대규모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면 인도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쿼츠는 “이 같은 위험은 아다니 계열사들이 국가 인프라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아다니그룹의 위험이 너무 커졌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국고 지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아다니는 인도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한 날 유상증자를 취소하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도 찬물을 끼얹었다. 그간 모디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아디니지만, 이젠 정부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블룸버그는 “전염이 빨랐다. 아다니그룹 주가 폭락은 인도 주식시장에 부담을 줬고 다른 인도 억만장자들의 재산도 줄였다”며 “아다니 재산은 시장 혼란 이후 다시 줄어들 태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다니그룹은 힌덴버그의 공격을 “인도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고 칭하며 모든 의문을 부정하고 있다. 최근 413페이지 분량의 반박 보고서를 내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