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사건에서 가장 처음 문제되는 쟁점은 이혼을 할 것인지 여부이다. 우리나라 민법은 소위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어 부부 중 한 명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혼을 원하는 일방이 상대방이 혼인에 따른 여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서 인정받아야 한다. 반면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을 도저히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혼인 관계가 객관적으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우리 대법원은 아직 ‘유책주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재판을 해보면 사실상 ‘파탄주의’ 입장에서 이혼을 인정하고 있는 재판부도 많다.
필자가 했던 사건 중에,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필자는 남편쪽을 맡아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여러 이혼 사유를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결국 4~5년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대법원 판결이 나고 1년 후 아내는 다시 이혼 청구를 하였고, 두 번째 이혼 사건에서는 1심에서 바로 이혼을 인정해 주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1년 동안 새로 이혼 사유가 생겼을 리 없는데, 필자는 아직도 이 판결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내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집을 나가 이혼 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에서 필자는 남편을 맡아 아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이혼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남편이 폭행했다고 하는데, 마땅한 증거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재판부로서는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를 증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별다른 심리도 없이 아내의 이혼 청구를 인정했다.
아내의 이혼 청구를 인정한 이 두 사건에서 재판부의 태도를 보면, 남편이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음에도 이혼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아내가 저렇게까지 같이 살지 않겠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혼인을 유지하려고 하느냐’였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재판부가 많으니, 필자는 이혼 사유가 마땅치 않지만 이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만나 상담을 하면서, 재판부에 따라 이혼을 해줄 수도 있으니 일단 소송을 해보자라고 제안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전문가의 제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혼 재산분할 관련해서도 법원이 예상할 수 없는 판결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재산분할을 정할 때는 우선 어떤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지 판단해야 한다. 이 때 문제되는 것이, 예를 들면 남편이 결혼하기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부동산, 주식 혹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지다.
이러한 부부 일방의 소위 ‘특유재산’도 혼인 기간이 어느 정도 되고, 자녀들도 있고 한다면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고,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기여도에서 참작하는 방법이 통상적인 재판 실무였다.
그런데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재벌그룹 회장의 이혼 사건에서는 남편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인 회사 주식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필자도 꽤 큰 규모의 회사 주식을 가진 부부의 이혼 사건도 여러 건 해보았지만, 수십 년 동안 혼인을 유지하였고 자식도 여럿 있는 부부의 이혼에서 이와 같이 판단한 경우는 보지 못하였다. 부부 중 일방이 가진 큰 규모의 회사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제외한 사건들 2~3건 정도를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전부 재벌들 집안 이혼 사건이었다.
재벌들 집안 이혼 사건에서 부부 일방이 소유한 큰 규모의 회사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주식들을 분할 대상에 포함할 경우 많게는 조 단위, 적어도 수천억 원 단위의 재산분할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원이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의 큰 기업가들의 재산분할의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더 과감하게 재산분할이 인정되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처럼 특히 이혼 사건의 경우에 다소 예상하기 어려운 판단들이 많이 내려지고 있는 것 같다. 법원의 판단은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