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에 또다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IT 업계 전반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며 정리해고가 늘어난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올해 크립토윈터 원년이었던 2022년보다 정리해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은 직원 2806명을 잘랐다. 이는 지난해 업계 전체 정리해고 규모의 41%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5월 테라-루나 사태와 11월 FTX 사태 여파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했다. 5월에만 3003명, 지난해 11월에만 1805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달 정리 해고에는 후오비, 크립토닷컴, 코인베이스 등 굵직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감원이 영향을 미쳤다. 후오비와 크립토닷컴은 FTX 사태와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전 세계 직원 중 20%를 감축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6월 전체 인력의 18%를 줄인 데 이어 1월 2차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코인베이스가 지난달 해고한 직원은 950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20%에 해당한다.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개발자 A 씨는 “미국 크립토 씬은 ‘전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나도 지난해 모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다가 현재 거래소에 입사했다”면서 “이 회사에서도 쫓겨난다면 크립토 업계를 완전히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 구조조정은 전체 IT 기술 분야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구글은 지난달 직원 1만 2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만 명, 세일즈포스는 7000명, 줌은 13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외신 디크립트에 따르면 지난해 크립토 업계 감원은 전체 IT테크 분야의 4.3%를 차지한다.
트위터 코리아와 메타·구글 코리아 등 글로벌 IT 기업의 국내 지사에서도 감원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정리해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샤이닝 보너스 지급 등을 내세웠던 지난해와 같은 공격적인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인원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까닭에 공격적인 채용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 관계자도 “지난해 12월 기준 직원 숫자가 600명 정도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작년 규모만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기술이나 도전하고 싶은 메타버스·NFT 분야, 블록체인 관련으로 채용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용문을 활짝 열어 눈에 띄는 기업은 위메이드다. 지난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분기당 80~100명은 더 채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위메이드는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올해도 적극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며, 개발자뿐 아니라 비개발 직군도 전체적으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