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더 올라가면… 한은 셈법도 복잡
20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23일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현 기준금리 수준(3.5%)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데이터를 감안해 동결하고,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3.50% 동결을 예상한다"며 "인상 소수의견은 1~2 명 가량 예상하며, 동결 결정과는 달리 총재의 기자회견은 매파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동결의 기본 근거는 물가가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대비 국내 성장 부진이 더 빠르다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이 가계자산과 부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좀 더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금통위에서 3.50% 금리 동결은 유력한 상황"이라며 "1월 금통위에서 ‘3.50% 동결과 3.75% 추가 인상’ 의견은 3:3으로 팽팽했지만,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인 영역에 진입한 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던 동결 측의 근거가 아직은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깨진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로 마감된다.
문제는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다. 이번주 금리 동결시 미국과의 격차는 최소 1.50%p까지 벌어지게 된다. 게다가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물가나 경기지표를 보면 3월, 5월 두 차례 정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더 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도 한 번 정도는 따라가야 할 텐데, 이번에 동결하면 시장이 인상 종결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시 올리기 힘들다"며 인상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p 올렸다. 한국(3.50%)과 미국의 격차는 최대 1.25%p로 벌어졌다. 1.25%p는 2000년 10월 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더구나 제롬 파월 의장이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25%까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 분석팀은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세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 최고 금리가 5.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주 인플레이션 데이터 발표에 이어 나온 보고서라는 점에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으로 유지하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2.00%p로 커지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ㆍ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최근 환율이 1300원 근처까지 간 것도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우려를 급격히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안경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매크로 지표 발표에 따라 연준의 터미널 레이트 전망치가 기존 5% 수준에서 5.5%까지 상승했다"며 "3.5%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 후 대응을 선언했던 한은으로서도 셈법이 복잡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바로 인상하기보다는 동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더 가시화될 경우 한국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