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부동산' 실수 반복 우려
정책금융 대출 경험 31% 불과
이용 못한 이유 "정보 부족해서"
규제보다 정책금융 서비스 확대를
“서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여러분들 생활하기 어렵고 사업하기 어려운데 저희도 죽도록 일하겠다.”(윤 대통령 14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서 상인들과의 대화)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고금리 늪에 빠진 서민경제의 ‘원흉’으로 은행의 ‘과점 체제’를 지목하며 시장 개편에 나서고 있지만,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한 금리 변동기 속 정부의 예금·대출금리 인하 주문이 오히려 악순환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특성상 공적인 역할에는 공감하지만, 민간 기업인 금융사에 대한 지나친 경영개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무너졌던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치솟는 은행 예금금리를 조절하기 위해 은행권에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당국의 눈치를 살피던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도 예금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예대마진이 확대되자 이번엔 대출 금리를 압박했다. 결국 금리 결정이 왜곡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지배구조 선진화,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목소리를 높이고, 은행 내부 운영에도 사사건건 토를 달았다.
은행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하면서 은행별 경쟁이 잘 이뤄지고 있었는데 오히려 정부가 개입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이 늘어났다며 지나친 개입이 역설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2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규제를 남발하고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의 역설’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집값은 더 치솟았다. 그 사이 은행들은 정부가 만든 규제 강화 정책으로 높아진 대출금리에 반사이익을 얻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챙겼다.
문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처럼 윤석열 정부 역시 시장 왜곡을 만드는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서민 빚 부담 증가를 민간 금융사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정책금융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상당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은 많지만, 막상 이런 금융상품을 이용해야 할 서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내놓은 ‘서민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책금융상품 대출 경험은 10명 중 3명(31.1%)에 불과했다.
이들은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용 정보가 부족해서’(31.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정책금융상품이 있어도 안내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무등록 대부업자 등 불법 사채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밖에 ‘이용 절차가 복잡해서’(24.2%), ‘필요한 금액만큼 대출이 안 돼서’(10.6%), ‘신청했지만 거부당해서’(1.6%), 기타(32.0%) 순으로 조사됐다.
전 의원은 “서민들이 정책금융상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금융 및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원스톱 등의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정부의 시장개입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맞지 않고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는 부분도 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금융권에 개입하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을 위한 정책 마련은 정부가 해야 할 의무이고, 민간 기업들에는 부탁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정부는 시장금리를 강제로 개입해 조정하기보단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빈곤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