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유료방송사업자 '적대적 공생관계'
대가검증협의체 운영 내 과기부 역할론 대두
홈쇼핑업계의 오랜 고민거리인 '송출수수료' 산정안을 담은 가이드라인 개편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 17일 홈쇼핑, 티커머스, 플랫폼사업체 등 실무진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매듭짓기 위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3월 내로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마무리 된다는 설명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거의 다 마무리됐다"라면서 "미세조정안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대가검증협의체 운영방식이다. 대가검증협의체는 쉽게 말해 과기부 산하 송출수수료 분쟁기구로, 홈쇼핑과 IPTV와 같은 유료방송사업자가 내거는 송출수수료의 적정한 수준을 합의하는 기구다. 방송사업 당사자들이 신청하거나 과기부가 인정하는 경우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검증협의체가 가동되는 방식이다.
여기서 '과기부 역할론'이 불거진다. 대가검증협의체는 지난 2020년 1월 1일 실효화 된 이래 지난 3년여간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협의체 가동 근거가 마련됐다지만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홈쇼핑, 플랫폼 사업자들이 실제로 참여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데다 무엇보다 과기부가 송출료의 적정성 판단에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단체 간 이견이 첨예했던 탓이다.
홈쇼핑 측의 요구는 일관되다. 과기부가 송출수수료 적정성 판단에 '심판자'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송출수수료 산정은 크게 두 과정으로 나뉜다. 가입자 수, 매출 등 산정 시 근거가 되는 대가검증 요소를 명확히 하는 것과 각 이해단체가 원하는 수준의 송출수수료 중 '이 액수가 적정하다'라고 판단을 내리는 심판자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과기부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나친 민간개입이란 비판을 우려해 과기부는 늘 한발 물러서며 사실상 갈등을 방관해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열린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해소방안 모색, 유료방송생태계 상생 협력 정책 토론회'에서도 과기부는 "매년 송출수수료 갈등이 재발하고 있는데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무부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라면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과기부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새로 발표하면 늦어도 올해 9월에 대가산정협의체가 최초로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칼집 속의 칼날’ 역할에 불과하더라도 일종의 최후 보루로서 대가검증협의체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 ‘을’인 홈쇼핑사업자가 분쟁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대가검증협의체는 일종의 이혼법정이자, 우리에겐 북한의 핵무기 같은 거다. 협의체에 참석하는 순간 유료방송사업자와 관계가 그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가기 힘들고, 무기라고 해도 마구 휘두르기 어렵다"며 "특히 주무부처가 송출수수료 판단에 있어 적정성을 포기할 건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