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지금]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불법이민에 고민 커지는 미국

입력 2023-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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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문제는 미국 정치의 핵심 현안이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민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날 선 공방을 벌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대선과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킨 2016년 대선에서도 이민정책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단연 화두였다. 선거가 끝나도 이민 문제는 집권 정부에게 큰 숙제다. 미국 사회‧경제 전반에서 이민정책 방향이 가져오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출범 후 세 번째 해를 맞은 바이든 정부에게도 이민정책은 골치 아픈 문제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합법적 이민 확대, 이민제도 현대화, 효율적인 국경 관리, 불법 이민의 근본적 원인 해결을 골자로 하는 이민개혁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입법은 결국 불발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행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취소하고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데 그쳤다. 이민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양극화‧파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민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 가운데 정부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문제는 불법 이민이다. 불법 이민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해 신속히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 방향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이 유의미하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불법 이민에 대한 대응은 안보, 인권,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정부의 관점과도 연관 지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의 대다수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발생한다. 불법 월경을 시도하는 이들 대부분이 멕시코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 국가 출신 국민이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관세국경보호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 적발 건수는 지난해 23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2021년에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를 통한 불법 이민 적발 건수가 170만 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마저 훌쩍 넘는 수치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불법 이민에 대한 정책대응은 결국 멕시코와 중미 국가에서 비롯되는 불법 이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이주를 원천 차단함은 물론 합법적 이주까지 억제하겠다는 구호를 외쳤고, 집권 기간 강력한 이민 규제 정책을 추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멕시코와 중미 국가에서 비롯되는 불법 이민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대선 캠페인에서는 불법 이민의 근본적 원인 해결 노력의 목적으로 중미 3개국 국민의 사회·경제적 여건 개선을 위해 4년간 40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규모 원조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의 배경에는 이주 송출국의 만성적인 빈곤, 범죄, 부패 문제가 있다. 게다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기후재해와 코로나19의 여파는 이러한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가망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선택을 한다.

바이든 정부는 불법 이민의 근본적 원인 해결을 모색함과 동시에 합법적 이주 채널을 강화해 두 갈래로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 수를 줄이고자 한다. 작년 6월 미국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주도로 발표된 ‘이주 및 보호에 관한 로스앤젤레스 선언’도 합법적 이주방안을 확대하고 질서정연한 이주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의 농가에서 농업 임시취업비자(H-2A)를 통해 멕시코와 중미 국가 국민을 고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아이티 국민에게 쿼터를 부여해 비농업 임시취업비자(H-2B)를 발급해 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올해 1월 멕시코시티에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도 이민 문제는 단연 화두였고, 3개국 정상은 합법적 이주를 유도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에 대해 다시 한 번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미국은 불법 이민 자체에는 강경한 입장이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당국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를 난민 심사를 거치지 않고 즉각 추방하는 기존 조치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불법 이민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르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불법 이민에 대해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 셈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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