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오프닝, 대면서비스 등 호재일 수 있으나…중국 의존도 줄여야 제언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낮게 점쳐…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유의 당부
미국, 중국 등 패권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역시 불투명하다. 금리, 환율, 무역 등 펀더멘털을 다잡아줄 재료는 찾기 힘들고, 소비자들은 갈수록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2%도 채 안 되는 경쟁률마저도 중국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거나, 미국 금리 인상이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투데이는 경제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인플레이션-경기침체 돌파구 △중국 리오프닝 영향 △환율 △금리 △코스피 3000시대 요건 △무역장벽 해소 방안에 대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고육지책(자신의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계략)’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 참여(가나다순)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신현한 한국증권학회장(연세대 교수)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
◇“수출 둔화 가능성 농후…구조개혁 필요한 시점”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놓인 경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시점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깊지 않은 경기 둔화를 동반한 인플레이션 하락”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경기 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약화, 기후위기 등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경제 활력이 지속적으로 약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확산 기간 중 크게 확대된 가계 및 기업 부채가 국민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통스럽겠으나 고금리 상황을 바탕으로 가계부채의 둔화 및 축소를 점진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저금리에 의존하던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독려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제언했다.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하고, 방산 등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차기 한국증권학회장)은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제도 제약 때문에 못 나오는 게 많다”며 “규제샌드박스도 지역별 도입 같은 식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 리오프닝, 호재지만 의존도 낮춰야…신흥시장 개척 필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대한 국내 경제의 긍정적 수혜를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KDI가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달성을 결정할 주요인 중 하나로 중국 경제 회복을 꼽을 만큼 중국 경제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신현한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 영향은 양면성이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 우리가 수출할 기회가 늘어나지만 중국도 수입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생산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현주 연구위원은 “중국 내 생산 및 물류 차질이 해소되면서 IT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는 감염 우려로 비자발급에 제한이 발생하고 있으나 향후 중국인의 국내 여행이 전면 확대될 경우 국내 서비스업 성장에도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중국의 소비확대 가능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중국 내 소비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반등할 경우 국내 수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중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상품을 스스로 생산해 우리나라 경제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며 “중국 대신 아시아 시장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골드만삭스, JP모건이 중국 진출을 늘리고 있듯이 우리나라 경제도 중국에선 금융으로 부를 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3000 시대, 디스카운트 해소가 우선…기준금리 인상, 많아야 한차례 정도”
‘코스피 3000 시대’를 다시 외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 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외국인, 기관의 투자 여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코스피가 3000선에 재진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영도 실장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과거와 같이 유동성의 힘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시기는 오랫동안 다시 오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되며,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에 새로운 균형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우리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일부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매력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주식시장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과제의 발굴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 연구위원은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현실적 어려움 등으로 국제적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들이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투자자 제도 개선, 배당 활성화, ESG 평가시장 발전 등이 그러한 노력의 시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신현한 교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경우 상속세 때문에 네덜란드로 넘어갔다.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했지만 안 돌아왔다. 어마어마하게 큰 파급효과가 나타난 거다. 부가 떠나게 되는 셈”이라며 “돈이 안 떠나고 재투자하게 만들어야 하고 떠나는 제도를 만들면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