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뇌물이라고 다 같진 않다…제3자뇌물죄‧청탁금지법 등 무슨 차이?

입력 2023-03-04 10:00수정 2023-03-0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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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들에게 편의를 봐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은 혐의(알선수재)가 적용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 DB)

최근 검찰의 반부패 수사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혐의가 있습니다. 뇌물죄, 제3자뇌물죄, 청탁금지법, 부패방지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웅래 의원,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온갖 사건에서 거론됩니다. 이름은 비슷한데 적용은 달리하는 이 혐의들의 차이를 아시나요? 생긴 건 같은 ‘검은 돈’인데 어떻게 달리 해석해야 할지 쉽게 풀어봤습니다.

뇌물에 전달자가 있으면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를 이용해 금품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는 경우를 규율합니다. 사업가로부터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노웅래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도 뇌물죄입니다.

제3자뇌물죄에는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는 구조입니다. 돈을 받은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에 적용합니다.

뇌물죄와 제3자뇌물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관계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제3자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확인돼야 합니다.

닮은 듯 다른 구성요건

두 혐의의 차이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클럽’ 사건입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라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50억 원의 퇴직금(세후 25억 원)을 받았습니다. 곽 전 의원은 하나은행-화천대유 컨소시엄이 유지되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병채 씨를 통해 50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이 보는 범행 구조입니다.

곽 전 의원이 2021년 소속 정당에서 부동산투기조사특위 위원으로 활동했기에 직무 관련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병채 씨가 받은 것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습니다. 제3자뇌물죄 입증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하는데, 검찰이 이와 관련한 증거를 미처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3자뇌물죄로 유죄 판단이 내려진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입니다. 당시 법원은 기업들이 ‘대가’를 바라며 K스포츠재단에 수십억 원의 돈을 냈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 출석하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도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인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기업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했고, 그 대가로 성남시 정자동 일대에 인허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입니다.

이 혐의가 인정되려면 후원금과 그에 대한 대가 관계를 이 대표가 인지했고, 그 대가성도 입증돼야 합니다.

만약 그 뇌물의 액수가 커지면 또 다른 혐의가 추가됩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죄의 가중처벌)’입니다. 형법에서 규율하는 혐의의 죄질이 나쁘면 가중처벌한다는 개념입니다. 특가법을 적용하면 뇌물액이 3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으로 올라갈 때마다 형량은 5년 이상, 7년 이상, 10년 이상으로 무거워집니다.

공직자가 금품을 받고 정보를 흘리면?

공직자가 금품 등을 챙기면 ‘뇌물’이지만 그 금품을 대가로 정보를 흘려주면 또 다른 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해충돌방지법(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과 ‘옛 부패방지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과 옛 부패방지법은 돈이 오고간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직자가 공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이익을 얻게끔 한 행위를 처벌하는 구조입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옛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법입니다. 부패방지법 제7조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 조항은 이해충돌방지법이 만들어지던 2021년 5월 18일에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공직자가 그 전에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면 ‘옛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는 셈입니다.

대가성 없어도 처벌 가능하다

뇌물과 또 비슷한 개념이 있습니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형법상 뇌물죄와 비교해 구성요건이 덜 까다롭습니다.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성, 대가성이 구성요소입니다. 반면,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품수수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600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청탁금지법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뇌물죄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한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김건희 여사가 3일 경상북도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 대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례에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입니다. 2016년 일부 기업들이 수년에 걸쳐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에 협찬을 했는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됐던 만큼 이 협찬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봐야한다는 것이 사건의 내용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피의자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조 전 장관의 사건의 성질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장학금이라는 편법을 이용해서 (부정한 돈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으로 의율했고 김건희 여사 사건은 ‘협찬 계약’이라는 정당한 권한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온갖 혐의 적용하면 그 중 하나는 걸리지 않을까?

이처럼 공직자가 돈을 받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다양합니다. 검찰은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해 각 혐의의 구성요소를 따져본 뒤 각각 적용을 합니다.

사업가가 정치인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부동산을 투자해 큰 이익을 누렸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이 정치인은 사업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하지만 돈이 오고 간 증거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형법상 뇌물죄 적용은 어렵지만 부패방지법을 적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 최대한 많은 혐의를 중복으로 적용하는 것은 안될까요? ‘50억 뇌물 혐의’ 곽 전 의원에게 뇌물죄와 제3자뇌물죄 등을 한꺼번에 적용했다면 그 중 하나는 인정되지 않을까요?

▲(뉴시스)

법조계 전문가들은 혐의 구성 요건을 신중히 따져보고 명확한 혐의만 적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자칫 모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비슷해 보이는 혐의라고 할지라도 전체적인 사건과 공소사실을 구성할 때 한꺼번에 첨부하면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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