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본지와 만난 엔라이즈의 김봉기 대표는 “누가 잘 나간다고 해서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내가 잘 나간다고 해서 자랑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며 “혹한기일수록 스스로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엔라이즈는 소개팅 앱인 ‘위피’와 온라인 홈트레이닝 플랫폼 ‘콰트’의 운영사다. 지난해 12월 12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로는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한국투자파트너스ㆍ대교인베스트먼트와 새로 들어온 엘비인베스트먼트ㆍ보광인베스트먼트가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마케팅 비용을 썼던 것을 후회한다고 자평했다. 다만 사람을 뽑는 데 큰 공을 들인 것은 잘한 것으로 손꼽았다. 김 대표는 “당장 빨리 쓸 사람이 아니라 회사와 문화가 맞는 사람을 뽑으려 했고, 이것이 작년의 위험을 헤쳐나갈 힘이 됐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혹한기의 한가운데였던 지난해 12월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에게 ‘수익성’과 ‘도전하는 습관’을 강조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엔라이즈는 지난해 상반기를 제외하고 2021년까지 꾸준히 흑자였다. 김 대표는 “투자금이 무한정 들어가는 회사가 아니라 언제든지 흑자 전환할 수 있고, 수익을 내본 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또 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강조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14년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과 사연을 올리는 SNS인 ‘모씨’를 출시했다가 수익성 개선이 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이후 ‘위피’와 ‘콰트’를 새로 출시해 흑자를 거뒀다. 재작년에는 김태오 최고제품총괄(CPO)을 새로 영입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바꾸는 등 뼈대만 남기고 ‘환골탈태’하는 과정을 겪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았던 ‘도전’의 경험을 투자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상반기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는데 하반기에는 체계적으로 변화하는 시간이었다. 전환을 빨리하는 팀이라는 점을 말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함께했던 투자자들은 도전의 경험을 믿어줬고, 새로 온 투자자는 수익성을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금 투자를 받고자 하는 다른 스타트업 역시 ‘투자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숫자로 증명하고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엔라이즈가 유난히 무언가를 잘했다고 자랑하기는 어렵다. 작년에 투자를 받으면서 ‘다시는 투자자를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싶었다”면서도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냉정하게 현실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 않은가 조심스레 말해본다”고 했다.
함께 혹한기를 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김 대표는 “기대하지 말자”는 말을 남겼다. 그는 “재작년부터 작년 초까지 이상할 정도로 투자가 잘 되고 인재 채용은 어려웠다”며 “단언컨대 그런 때는 또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대표는 “처음 ‘모씨’를 만들었을 때 4년간 투자를 못 받았다. ‘왜 투자자들이 몰라줄까’라는 원망을 많이 했지만 고객의 필요를 맞추자 투자자가 찾아왔다”면서 “진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나머지는 뒤에 따라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