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대통령 말씀 파악해봐야…가능한 모든 대안 만들 것"
대통령실 "주60시간 가이드라인 아니고 尹 고집하지 않아"
尹 지시에도 조정 폭 특정 않고 여론수렴 후 정한다는 방침
정부·여당 "주69시간, 언론에서 극단적인 프레임 씌운 것"
韓총리 "큰 프레임 변화 없고 입법예고 기간 큰 수정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주당 근로시간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발언에 대해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16일 안상훈 사회수석을 통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밝혔다. 또 20일에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금 및 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불거져서다. 4월 17일까지 입법예고 한 뒤 6월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오래 근무하되 장기휴가를 쓰도록 한다는 설명에도 휴가 사용 현실성 문제 등이 지적되자 여론을 수렴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장관은 “오늘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주 60시간 가이드라인을 곧바로 수긍하진 않은 것이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선 생명, 건강, 안전을 챙기라고 하는데 주 60시간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말씀이신 것 같다. 입법예고 기간에 가능한 모든 대안을 만들겠다”며 “제도 개편 취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답변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용부의 입장에 온도차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주 60시간 발언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하)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고, 의견 수렴을 했는데 60시간 이상이 나와 캡이 적절치 않다면 윤 대통령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최대 근로시간 조정 폭을 특정하지 않고 정부·여당에서 진행하는 토론회와 여론조사, FGI(집단 심층면접) 등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정한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해 임금·휴가 등 근로 보상체계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약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고용부는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집중 단속해 4~5월에 결과를 발표하고, 근로감독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적으로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에 사업주에 대한 규제를 추가할지가 관심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노사문화의 문제라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은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휴가 문제는 정부가 개입해서 근로자들을 휴가 보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노사문화를 바꿔 근로자 스스로 권리를 찾도록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에 비해 정부와 대통령실이 모호한 입장을 펴자 여론 수렴만 거치고 결국 제시했던 정부안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 69시간’ 비판 자체가 언론의 호도라는 게 정부·여당의 인식이라서다.
이 장관은 “주 69시간은 언론에서 한 것이다. 극단적 의미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고 정확하게는 주 평균 12시간이 잔업(연장근로) 시간”이라고 했고, 19일 고위당정협의에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주69시간이라는 극단적이고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져 진의가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14일 근로시간 개편 토론회에서 “비현실적 가정을 전제로 한 가짜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거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서 14일 출입기자단 질의응답에서 “(개편안에)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고 입법예고를 한 안건에 대해 크게 수정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