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대출이자로 허덕…직접대출 증액해달라는 호소문에 6만명 서명
“기업을 차릴 거면 기업했죠. 왜 장사하는 소상공인을 했겠나요. 당장 대출 이자도 갚기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 계획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거 같습니다”
정부가 2025년까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혁신기업가’로 키우기 위해 3년간의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 은평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유지현(44) 사장은 밀가루와 우유 등 원재료값 인상과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으로 최근 계획했던 가게 인테리어를 중단했다. 유 사장은 “어쩔 수 없이 빵 가격도 500~1000원 올렸더니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은행 여러 곳을 찾아가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게 돈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21일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을 목표로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을 내놓았다.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은 소상공인기본법 제7조에 따라 3년 단위로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30 세대의 도전적인 창업과 지역 활성화, 디지털 수요 확대 등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을 고려해 향후 3년간 소상공인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기본계획의 핵심은 성장단계별 지원체계를 통해 유망한 소상공인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창업 단계에서는 전국 17개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현장형 교육훈련을 확충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강한 소상공인’, ‘로컬크리에이터’ 등 유형별 유망 소상공인을 선정한다. 이를 통해 사업화와 자금을 지원해 사업 규모를 확장하도록 돕는다. 도약 단계에서는 ‘우리동네 펀딩’, ‘매칭융자’ 사업과 함께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투자제도를 신설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지원책 수립에 대해 직접적 혜택이 아니며 당장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최근 매출이 3분의1로 줄어들었다. 김 사장은 “평소에는 현대자동차 임직원들과 결혼식 하객 등 단체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도통 가게를 찾지 않는다”며 “불판에 고기 기름을 닦는 게 아니라 먼지만 닦는 처지다”고 하소연했다. 김 사장은 정부의 기본계획안에 대해 “결국 돈을 안 풀겠다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애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의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이 대출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 매우 힘든 수준이라는 응답도 55.0%였다. 소상공인들은 작년 대비 부채액에 대해서는 63.4%가 늘었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매출과 수익 동반 하락이 41.0%로 가장 많았다. 소상공인 47.8%는 정부의 정책 중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최근 종료된 저신용자 대상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대상 기준의 불공평함과 관련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만들기도 했다. 70여 명의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의서를 모으기 시작해 3회차에 걸쳐 총 5만8039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이들은 관련 호소문을 중기부와 국회 양당에 전달하며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호소문을 작성한 한 자영업자는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그 누구라도 공정하고 차별 없이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차별적 정책을 펴고 있다”며 “국가의 예산으로 정책을 시행할 때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