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송환 가능성 커”…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촉각
시가총액 52조 원이 증발한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되면서 향후 국내 송환 여부와 그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를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송환 여부 및 시점이 주목되는 가운데, 테라-루나 코인의 증권성 판단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먼저, 권 대표가 송환될 국가는 몬테네그로 당국이 결정할 전망이다. 현재 권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싱가포르에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특히 한미 수사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양국 모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미 한국 검찰은 24일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와 한국은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에 가입한 국가다. 이날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 조작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사법당국 역시 범죄인 인도 청구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법조계에서는 권 대표가 우리나라로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시장에서는 권 대표가 미국으로 가면 확실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나, 우리나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은 기소만 했지만, 우리는 인터폴 적색 수배를 했고, 권 대표가 (그 과정에서) 공항에서 체크돼 검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하려던 중 당국에 적발돼 체포됐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양 국가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경우 몬테네그로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인도될 국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권 대표는 대한민국 국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우리나라로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돼 우리나라 법정에 설 경우, 테라-루나의 증권성 판단에 따른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는 규율·처벌하는 법안이 없다.
검찰은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경우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와 이 가치를 유지하는 데 쓰인 ‘루나 코인’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내용이 투자 계약성을 띠는 지가 핵심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두고 뚜렷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인 거래소 및 시장 관계자들이 먼저 판단하고, 모호할 경우 당국의 도움을 받으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지원 TF를 구성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모호하다”며 그림자 규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하며 테라·루나가 증권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황 교수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판단 여부와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로 다툼이 있을 것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하겠지만, 재판부에서 인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이는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코인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했다.
진 변호사 역시 “권 대표가 우리나라로 송환되어 재판을 받는다면 그에 대한 처벌 여부를 떠나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체포되면서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관련 불공정 행위 규율을 위한 관련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18개 계류 중인데, 여야 논의가 늦어지며 법안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조차 없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리지만, 실제 법 제정까지는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윤창현 의원은 24일 개최한 ‘제7차 디지털자산특위 민당정 간담회’에서 관련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창현 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속도를 조절하고 싶어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겨냥하면서 “법안 소위가 다음주 열리는 데 법 제정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빠르게 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