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매매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에서 하락률이 갈수록 더 심해지면서다. 수요 역시 입지가 좋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몰리면서 집값 양극화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26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4.6배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과 같은 수치지만 전년 동기(4.2배)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값 상위 20%(5분위 가격) 이상 고가 아파트 평균 매매값을 하위 20%(1분위 가격) 저가 아파트 평균 매매값으로 나눈 것이다. 격차가 커질수록 아파트값 양극화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사실상 서울의 저가 아파트 5채 값이 고가 아파트 1채 값과 같은 셈이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2021년 10월 4.1배→12월 4.2배→2022년 11월 4.5배→2023년 1월 4.6배 등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24억5436만 원으로 전년 동기 24억2398만 원과 비교하면 1.2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5억7665만 원에서 5억3508만 원으로 7.20% 하락했다.
하지만 전국으로 보면 최근 5분위 배율은 감소 추세다. 지난달 전국 5분위 배율은 10.3배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0.7배 이후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같은 기간 인천(4.4→4.2), 경기(4.5→4.4) 등을 포함해 부산(6.5→6.2), 대구(4.9→4.8), 광주(5.4→5.2) 등 지방에서도 모두 감소했다. 사실상 서울에서만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값 하락세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에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노원구와 도봉구로, 아파트값이 각각 20.4%, 20.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강동구 –19.1% △구로구 –18.9% △양천구 –18.9% △금천구 –18.4% 등 외곽지역에서 하락률이 높았다. 반면 종로구(-10.4%), 중구(-11.0%), 용산구(-11.6%) 등 중심지역은 낙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 아파트 전용 49㎡형은 이달 4억7500만 원에 팔렸다. 해당 아파트 같은 평형이 2021년 9월 7억1000만 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1년 6개월 새 33% 하락했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 전용 58㎡형은 이달 5억99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신고가였던 2021년 8억9700만 원과 비교하면 2억9800만 원(33%) 떨어졌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많은 주택을 가지고 있기에는 세금 등의 부담을 느끼고, 비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에는 결국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상황”이라며 “전국구로 보면 지방부터, 수도권에서는 인천이나 경기 외곽지역부터 가격이 하락하고, 서울에서는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초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