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저출산 대책, 벌써 실패가 걱정된다

입력 2023-04-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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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논의에 돌입했다.

저고위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 및 추진방향’에서 기존 저출산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목표가 불명확하고, 평가가 미흡하고, 추진과제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됐고, 실수요자 욕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요지다. 평가는 나름대로 냉정하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기존 대책을 비판하며 새로 대책을 내놨지만, 달라진 게 없다. 부모들은 ‘아이를 직접 키우게’ 해달라는데, 정부는 돌봄·보육을 확대하겠단다.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법 없이 활용을 늘리겠다는 방향만 정했다. ‘과학’은 말뿐이다. 부모급여 등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재탕한 것은 둘째치고, 이들 정책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4차 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명확한 방향부터 설정해야 한다. 비혼·만혼을 해소하겠단 건지, 기혼가정 내 출산율을 높이겠단 건지, 저출산 극복은 포기하고 이민자를 받아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혼·출산의 기회비용을 낮추겠다면서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가족 친화적 사회환경을 만들겠다며 근로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며 외국인력을 대체재로 들여오는 게 현 정부다. 정책들이 서로 상충되고 모순된다. 하나의 인구정책은 다른 인구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정책기조를 중심으로 각 정책이 서로 연계돼야 한다.

상호 모순되는 정책들을 두고 ‘저출산 대책’이란 이름의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으면 그 결과가 좋을 리 없다. 모든 인구정책을 저출산 대책으로 여기고 기존 정책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저고위 구조도 고쳐야 한다. 명목적으로 저고위 위원장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직접 저고위를 주재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대통령을 대신해 인구정책을 이끌 부위원장의 역량이 중요하다. 인구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을 중심으로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부위원장의 힘이 약하면 각 부처는 분절적으로 인구정책을 만든다. 저고위의 역할은 정책들을 취합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 반복된다.

보건복지부에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권한을 주는 게 방법일 수도 있다. 과거 분과위원회가 현재는 자문단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자문에는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파견직 중심인 사무국에 상근직을 늘리는 등 위원회 자체 역량·기능을 보강할 필요도 있다.

저출산 극복은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하고, ‘어떻게’를 고민해야 한다. 수단을 찾는 건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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