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거치면서 ‘비대면 거래’ 활성화
구매는 엔카…처분 때 ‘헤이딜러’ 약진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이 최대 변수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서는 사이,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이전까지는 엄두도 못 냈던, 먼 미래 이야기로 여겼던 비대면 구매와 소비 패턴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차를 유통하는 시스템 전반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신차와 중고차를 막론하고 새로운 시도가 속속 등장했다. 또 이런 시도가 거부감 없이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중고차 유통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매물을 검색하고 직접 매장을 방문해 이를 사던 행태도 달라졌다. ‘비대면’ 구매와 처분이 본격화하면서 중고차 유통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 중고차 플랫폼은 크게 5사가 경쟁 중이다. SK그룹의 사내벤처로 출발했던,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엔카를 선두로 △KB차차차 △K카 △AJ셀카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 등이 경쟁 중이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헤이딜러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하기도 했다.
살 때는 국내 1위 플랫폼 엔카가 압도적 강세를 유지했으나, 중고차 처분 시장에서는 느닷없이 등장한 헤이딜러가 괄목 성장하며 엔카를 앞질렀다.
실제로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플랫폼의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중고차를 구매 또는 처분한 소비자(구매 1555명, 처분 1041명)에게 이용 경험과 만족도를 묻고, 이를 브랜드별로 비교한 결과 구매는 여전히 엔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조사대상의 5명 가운데 3명이 ‘엔카’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한 것. 이들의 인지도는 무려 85%에 달했고, 과거 엔카를 이용해 중고차를 샀다는 응답도 73%에 달했다.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60%는 엔카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중고차 플랫폼답게 △인지도와 △이용 경험 △실구매 등 3개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KB차차차와 △K카가 순위를 다퉜다. 인지도에서는 KB차차차가 높았지만 실구매로 이어지는 이용 경험과 구매 점유율에서는 오히려 K카가 우세했다. 그 뒤로 AJ셀카와 현대캐피탈인증중고차 등이 이어졌다.
구매에서 엔카가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했다면 중고차를 되파는 처분 시장에서 헤이딜러가 약진했다. 배경에는 시장 상황과 소비의 변화, 플랫폼의 구성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고, 이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이다.
비대면 소비 패턴이 일상화되면서 차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가격에 당위성을 더한 것도 주효했다.
대부분 운전자가 중고차를 되팔 때 “가격이 너무 낮다”라는 불만을 지닌다. 다만 헤이딜러는 이 과정에서 △동급 매물의 평균거래 가격 제시 △딜러들이 참여하는 경매형태 매각 △매각 단계(일정)의 투명성과 사전 고지 등이 소비자에게 호감을 샀다.
이 가운데 매각 단계의 사전고지는 당연하고 단순하지만 효과를 봤다. 언제 평가사가 방문하고, 경매는 언제까지 진행되며 판매자가 이를 수락할 경우 언제까지 매각 대금이 입금된다는 전 과정을 애초부터 공개한다.
헤이딜러 고객들은 내 차가 언제 팔릴지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여겼다.
컨슈머리포트 조사결과 헤이딜러를 통해 중고차를 처분한 비율도 41%에 달했다. 단숨에 엔카를 밀어내고 처분 분야에서 1위에 오른 셈이다.
엔카는 높은 인지도를 유지했지만 처분 이용 경험과 처분시장 점유율은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7%p, 19%p 하락해 2위가 됐다. 1~2년 뒤에 시장이 더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신뢰와 다양한 정보였다.
K카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유관 항목(허위매물이 적어서, 거래가 쉽게 성사돼서, 차량정보가 자세해서, 시세를 믿을 수 있어서)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차량 매입·관리·판매를 직접 하는 직영 플랫폼의 강점 덕분이다.
엔카와 KB차차차·K카 등 상위 3개사가 구매 때 90%, 처분 때 78%를 차지했다. 그만큼 급격한 순위 변동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시장 트렌드 속에서 헤이딜러의 약진은 자동차 유통시장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신뢰성과 유통 과정의 투명성 등이 중고차 시장 성패의 열쇠라는 뜻이다.
다음 달부터 현대차그룹이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한다. 대대적인 전환점에 직면한 중고차 플랫폼 업계가 고질적인 불신과 제한적 정보제공을 얼마만큼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