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분 10% 정부기관 출연 강제
사회적 책임 명분 사실상 횡재세
금융권 "불안한 시장, 경쟁력 약화"
이미 돈 갚은 서민들도 '볼멘소리'
더불어민주당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사실상 은행표 ‘횡재세’를 꺼내고, 전 국민에 최대 1000만 원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허리띠를 졸라매 대출금을 갚았다는 서민들은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이들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전날 ‘은행의 사회적 책임법’(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준금리가 연 1%포인트(p) 이상 오르는 금리 급상승기일 때 이자 순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면 초과금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은행이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등 법적 비용을 대출이자에 포함하지 못하게 하고, 5년 이내 부당한 이자는 대출자에게 환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출자의 신용 상태가 좋아진 후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면 은행이 심사 후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법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횡재세를 도입하는 셈이다. 은행권이 최근 상생금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강제로 자금을 출연하는 데 대해 금융권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과 발맞춰 상생금융을 위해 자체적인 환원사업을 늘리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며 애쓰고 있는데 이를 법제화하면 은행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은행권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0만 원까지 저리로 최대 20년간 대출해 주자는 ‘기본대출’ 제도 추진에도 나섰다.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불이행 우려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서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정책 추진에 찬반 여론도 팽팽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시국에도 그 흔한 지원금 한 번 제대로 못 받고 열심히 고금리의 이자를 내면서 최근에야 대출금을 모두 정산했다”며 “진짜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고 갖고 싶은 것도 사지 못하면서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아온 나 같은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이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횡재세 추진이 취약차주에 맞는 은행의 채무재조정 추진 과정에서 면죄부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기본대출 추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차라리 이런 걸 고민할 때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 대출을 어떻게 해야 더 확대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가계부채에 있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차주들은 오히려 제도권 밖으로 밀려 초고금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기본대출 형태이든, 다른 형태이든 열린 자세로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횡재세의 경우에도 유럽 같은 경우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