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감독에 착수했다. 그런데 고용부가 진작 발표하겠다던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대책은 소식이 끊겼다. 애초에 감독 확대가 대책의 전부였던 것인지, 획기적인 대책이 있었는데 다른 이유로 발표가 중단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포괄임금제는 일정 시간에 대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임금 구성항목 중 하나로 넣어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근로계약이다. 비슷한 형태로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의 초과수당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고정OT(Over Time)제가 있다. 이미 임금에 초과수당이 포함됐기 때문에,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해도 별도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정확한 근로시간 측정의 어려움, 회계상 비효율성 등을 고려해 포괄임금제를 합법적 임금체계로 인정하고 있다. 전제는 있다. 근로 장소·시간 변동성이 큰 경우다. 사업장에 상시적으로 외근이나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근로자가 많다면 근로시간 측정이 어렵다. 측정하더라도 과도한 회계상 비용이 발생한다. 근무지가 고정적이지 않은 언론사 등 미디어 종사자, 영업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로환경과 무관하게 초과수당 미지급, 통상임금 축소를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적법한 포괄임금제는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초과근로가 없거나, 직무·직위별 근로시간 편차가 큼에도 통상임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일률적으로 포괄임금제가 도입된 경우라면 초과수당이 실질적인 초과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포괄임금으로서 효력이 없다. 초과수당도 소정급여, 즉 통상임금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때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별도 수당이 발생하며, 미지급 시에는 임금체불로 판단된다.
특히 포괄임금제 도입 필요성이 인정된 사례라고 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한도(소정 40시간, 추가 12시간)가 확대되는 건 아니다. 포괄임금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한도를 넘어선 초과근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또 실근로시간으로 산정한 추가수당이 임금 구성항목으로 포함된 추가수당보다 많다면, 이는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정부는 단속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모든 사업장을 전수조사하지 않는 한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오·남용을 막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포괄임금 폐지까진 아니더라도, 제도를 일부 보완할 필요가 있다.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개정하는 게 일례다. 실근로시간에 근거하지 않은 임금 구성항목상 제수당을 소정근로의 대가로 판단해 통상임금에 산입한다면,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포괄임금은 자연스럽게 폐지될 거다. 찾아보면 충분히 다른 대안도 나올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의 의지만 분명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