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앞둔 벤처기업 창업주에 복수의결권을 보장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30% 미만을 소유하게 되는 등의 경우, 1주마다 복수의결권이 있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권리행사가 제약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벤처특별법 개정안은 다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통과가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올라와 두 번의 토론이 있었고, 꽤 오랫동안 논의를 했다”며 “다음에 한 번 더 토론하고 통과시키자는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일하는 국회법 때문에 법사위 전체회의가 매달 열리지 않냐”며 “자연스럽게 4월에 상정되니 그렇게 되면 통과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다만 정확한 시점은 아직 예상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르면 4월 중이나 상반기 통과가 예상된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존속기간을 10년으로 해 주주총회 결의로 할 수 있도록 하며, 의결권의 수는 1주마다 1개 초과 10개 이하 범위로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창업주의 안정적인 경영이 보장된다. 대규모 투자로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지배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상장 전, 상장까지 가는 기업에 투자하는 건 창업주의 혁신 정신을 보는 것”이라며 “(이전과 달리) 기업 가치 보존이나 성장 동력이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를 결심하게 한 창업주 능력이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또 투자가 많이 위축된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갈 하나의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협회 관계자는 “특히나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여러 쟁점 사안들 때문에 투자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업계에선 이럴 때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라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복수의결권을 가진 기업의 상장 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벤처 업계에만 해당되니 일반 투자자들의 상황과는 거리가 좀 있다”며 “오히려 상장을 하고 나면 복수의결권이 유지 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많이 투자하고도 지배 권리를 뺏기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의결권 발행 기준인 75% 동의도 맹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초기에 창업주 친인척이나 아는 사람 위주로 극소수 주주가 있을 때 동의를 얻어 복수의결권 기업으로 탄생하면 물론 회사는 성장할 수 있지만, 이익 분배 시 지배주주가 사익 편취나 여러 이익 등을 빼돌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조정훈 법사위원과 박주민 법사위원 등은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이 상법상 주주 평등원칙 위배, 대주주의 지배력 집중도 심화와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호 등을 지적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에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견제 장치가 포함돼 있다. 법안에 따르면 창업주가 복수의결권주식을 상속 또는 양도하거나 이사의 직을 상실하는 등의 경우,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한다.
또 이사의 보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 등의 사항에 관하여는 복수의결권주식도 1주마다 1개의 의결권만 가지도록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