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6차례 전기차 판매액 낮춰
이익률 급락에 ‘자업자득’ 비판 커져
출혈 경쟁에도 점유율 확대 효과 회의적
머스크 “지금이 격차 벌릴 좋은 시기, 성장에 초점”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25억1300만 달러(약 3조337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분기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같은 기간 24% 증가한 233억29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85달러였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약 42만 대에 달했지만, 가격 인하가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매출총이익률은 19.3%로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고,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19.2%에서 11.4%로 뒷걸음질 쳤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만 6차례 전기차 판매금액을 내렸다. 올해 미국 내 모델Y와 모델3의 판매 가격은 각각 20%, 11% 낮아졌다. 최근 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도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테슬라 차량 평균 단가는 약 4만7000달러로 전분기 대비 약 10% 낮아졌다.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이어졌다. 제시 코헨 인베스팅닷컴 애널리스트는 “매출 성장을 가속하고 영업 마진을 확대할 수 있는 테슬라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게 됐다”고 꼬집었다. CNN은 “테슬라는 자신이 시작한 ‘가격 전쟁’의 희생자가 됐다”며 “저가 전략이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테슬라의 1분기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마치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비교적 단순한 전기차 제조 공정과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 덕분에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가격 인하에 따른 충격도 흡수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정책이 수익성을 빠르게 갉아먹으면서 테슬라를 돋보이게 했던 높은 마진 유지 능력이 사라져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기존 완성차업체의 영업이익률은 통상 약 5~10%대다.
이러한 출혈 경쟁에도 점유율 확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모든 경쟁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팔았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등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종종 테슬라보다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는 등 맞불을 놓으면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비야디(BYD)에 추월당했다. NYT는 “테슬라의 제품군은 크게 변하지 않은 반면, 경쟁사들은 매력적인 신차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테슬라는 치킨게임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음에도 가격 인하 정책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머스크 CEO는 이날 완전 자율주행차와 로보택시 운영 등으로 추가 수익을 올리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이익을 희생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자율주행으로 미래에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제조사”라며 “지금은 격차를 벌리기 위한 좋은 시기다. 성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