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로스쿨 모의시험 하위 10%→ 상위 10%
폭풍 성장에 2027년 생성형 AI 시장 160조원 달할 전망
전 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픈AI의 GPT가 학습한 데이터량이다. 생성 AI 대표주자로 꼽히는 챗GPT는 매끄럽게 작문을 하고 요약하고 번역한다. 비결은 방대한 ‘학습량’에 있다. 인터넷상의 모든 문장과 데이터를 딥러닝(기계학습)해 ‘사람다운’ 대화법을 학습한 결과인 것이다. 챗GPT의 기반이 되는 GPT-3가 학습에 이용한 데이터양은 45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책으로 따지면 2억2500만 권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이다.
지난달 오픈 AI는 한층 더 똑똑해진 새 버전 ‘GPT-4’를 공개하고 챗GPT 유료 버전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GPT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작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AI다. 이 AI가 채팅할 수 있도록 만든 하위 서비스가 챗GPT다. 지난달 공개한 GPT-4는 미국 로스쿨 모의시험에서 상위 10% 수준의 성적으로 합격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기존 버전(GPT 3.5)이 하위 10%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성능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네덜란드 분석기관 딜룸이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AI 관련 ‘유니콘기업’이 이미 다수 탄생했다. 선두는 AI 챗봇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지난 11일 기준으로 290억 달러(약 38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향후 금융과 보험, 헬스케어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7년 1210억 달러(약 1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2022년 대비 13배 이상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AI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중 하나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전 세계 3억 개의 일자리를 자동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으로만 좁혀보면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이 AI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별로는 일반사무나 법률 부문에서 40% 이상이 AI를 통해 자동화되고 건설은 6% 정도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AI에 대한 신뢰도는 신흥국과 선진국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AI 신뢰도는 신흥국이 높고,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AI를 바탕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는 결점보다 이점이 더 많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일본이 43%였고, 프랑스는 31%였다. 세계 평균은 53%였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국가는 중국(78%)이었다.
AI 발전이 급속도로 진전되다 보니 규제나 법률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공포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비영리 단체 퓨처오브라이프인스티튜트가 모든 기업과 연구소에 “GPT4보다 더 강력한 AI 시스템의 학습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자”고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창업자 등 빅테크 인사들은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를 포함해 2만50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서명했다.
AI를 활용해 사람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표적 탐색부터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자율살상무기(LAWS)에 대한 우려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AI 기술이 몇 년 내에 실전 배치가 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율형 무기의 2030년 시장 규모가 2020년 대비 2.6배인 약 30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AI도 만능은 아니다. AI에 자산운용을 일임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AI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성과를 보여주는 유레카헤지지수는 2017년 말부터 2023년 2월까지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 상승률(48%)에 한참 뒤처지는 성적이다.
AI 산업 발전으로 이를 악용한 차별, 인권침해, 범죄 활용 등 부정적인 영향도 커진다.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AI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통과된 AI 관련 법은 37개다. 2016년에는 1개에 그쳤지만 해마다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미국에서는 가장 많은 9개 관련법이 통과됐다. 다만 AI 발전 속도에 비하면 미진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