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나이 많은 다른 직원과 교제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재판장 이원중 부장판사)는 국내 한 대기업 여직원 A 씨가 상사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020년 한 대기업에 입사한 A 씨는 4개월 뒤 B 씨 등 상사 3명과 회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B 씨는 A 씨보다 20살가량 많은 미혼 직원을 거론하면서 "(두 사람이) 사는 곳이 같고, 치킨을 좋아하니 잘 맞겠다"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이제 치킨 안 좋아한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B 씨는 "돈이 많은데도 안 되느냐?"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해당 사건은 사내 커뮤니티 등에서 공론화됐고, 회사 측은 B 씨에게 근신 3일 징계 처분을 내리는 등 인사 조처를 통해 두 사람을 분리했다.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한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대해 농담을 했을 뿐, 음란한 내용이나 성적 언동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 씨의 발언을 성희롱이라고 판단, A 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유지했다.
B 씨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A 씨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규칙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도 성희롱 판단 기준 예시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