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만 20만쪽...재판부 "1~2년 정도 걸릴 것 같다"
대장동·위례 사업 비리…"유동규가 민간 사업자들과 공모"
성남FC 후원금 의혹…"사익 추구하지 않아"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자의적이고 악의적으로 꾸며진 허구"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조사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은 이날 대장동·위례 사업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민간 사업자들과 부정한 방법으로 공모해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은 이 사건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역 토착 비리 범죄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은 유동규의 진술에 기초해 피고인(이재명)과 공모한 것처럼 말하는데 언제 어디서 공모했는지 등 중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수백 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수백 회의 압수수색을 했지만 이 대표가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운대 엘시티 등 개발이익 전부를 민간이 차지한 경우 배임을 문제 삼지 않았는데, 배임이 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이 대표 측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제삼자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사익을 추구한 바도 없고 추구할 수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는 일반 시민구단처럼 조례에 따라 설립된 산하기관으로 성남시에서 운영비를 책임진다"며 "시장직에서 물러나면 구단주 지위에서도 물러나기에 사유화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가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행정하려는 노력이나 시도를 완전히 꺾어 국가 발전의 중대한 장애가 된다”며 “어느 지자체장이나 장관이 일 열심히 하다가 정권이 바뀌어 수사 대상이 되고 구속기소된다면 (적극적인 행정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한 검찰이 성남 FC를 끌어 들여와 뇌물 수수로 기소했다"며 "이 역시 다른 뇌물 사건에서 들어보지 못한 논리로 얽힌 설득력 없는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에 제출된 기록은 총 20만 쪽에 달한다. 기록 검토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재판은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판부는 "진행에 1∼2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먼저 대장동 사건을 심리한 뒤에 위례 사건 그리고 끝으로 성남FC 사건 진행되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대장동과 위례 그리고 성남FC 사건을 각각 분리해서 준비할 수 없다"며 "이 사건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일이라 변호인으로서는 변호권 행사에 있어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례 사건 부분 만이라도 피고인 측에서 증거 의견을 정리해달라"며 두 달 후인 오는 7월 6일에 다음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죄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 전 실장과 유 전 본부장 등 민간 사업자들과 공모해 2013년 7월부터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개발사업 일정, 사업 타당성 평가보고서 내용, 공모지침서 내용 등)을 민간업자에게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사전에 내정된 남욱 변호사 등 민간 사업자를 시행자,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각각 선정되도록 함으로써 2018년 1월까지 211억 원 상당의 불법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대표는 네이버 등 기업에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해주고 그 대가로 성남FC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을 유치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