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원금, 이자 상환 부담이 가장 커"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 직원 고용 자영업자 수↓
전기요금ㆍ최저임금 인상에 경영난 가중 우려
“갚을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이자가 늘어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빚만 쌓이는 거겠죠.”
서울 중구에서 이쑤시개, 젓가락 등 일회용 잡화를 20여 년 동안 팔아온 김모(72) 씨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대출을 두 번 받았다. 당시 김 씨의 주요 거래처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약 3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폐업도 쉽지 않다. 장사를 그만두면 그간 빌렸던 대출을 갚아야 하고 한 명 남은 직원의 퇴직금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장사가 유일한 수입원인 김 씨는 조만간 끝나는 대출의 만기를 재연장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빚으로 근근이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계속되는 고금리ㆍ고물가에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폐업하기도 어렵다. 폐업하면 그동안 받은 사업자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탓이다. 결국, 대출을 갚아야 하니 폐업도 못 하고 억지로 사업을 끌고 나가는 자영업자들이 허다한 상황이다.
15일 소상공인연합회가 3월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이·미용업, 제조업 등에 종사하는 일반 소상공인 1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운영에 있어 자영업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비용은 대출 원금과 이자 등 금융비용(52.2%)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가 가장 부담된다는 답변은 16.7%였다. 사업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사업을 그만뒀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이 자영업자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라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빚이 빚을 낳는’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직원을 쓰는 건 사치다. 자영업자들이 전체 취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지만,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의 수가 늘고 있는 이유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08만9000명)의 20.1%로 집계됐다. 1963년 37.2%와 비교하면 전체 취업자 중 비중이 줄어들었다. 반면, 고용원 없이 혼자 사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1000명 증가해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올해 4월 141만7000명으로, 2019년 말(153만8000명)보다 7.9%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올해 4월 429만8000명으로, 같은 기간 5.7% 증가했다.
폐업하지도 못하고 홀로 가게 문만 열어두는 자영업자들의 여건은 더욱 암울하다. 고금리 기조에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결정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늘어나는 비용과 떨어지는 매출로 인해 ‘나 홀로’ 운영을 택할 만큼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감안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