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의료계 관련 단체 모두 주목
간호법의 운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찬반 단체 모두 결과에 따른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1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4일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 제정안은 이번 주 중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당정은 의료계 파업을 막기 위해 의료 직역 단체들과 접촉해 중재안 도출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핵심은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를 다루는 간호법 제정안에 들어있는 ‘지역사회’라는 용어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에서 간호사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역사회’란 용어가 포함된 간호법에 따라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도 의료행위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시점에 실질적인 의료 편의성을 높이고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료법 체계 붕괴, 의료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이 우려돼 간호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며 앞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투쟁’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펼쳤다. 특히 이들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17일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선 연가투쟁에선 일부 개원의 단축진료, 간호조무사 등의 연가활용이 중심이 돼 의료현장의 혼란이 크지 않았다. 반면 17일 총파업에 대해선 앞선 연가투쟁보다는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파업 수위에 따라 의료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간호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간협은 8일부터 단체행동 의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간협에 따르면 12일 20시 기준 7만5239명이 해당 조사에 참여해 98.4%(7만4035명)가 적극적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날 발표했다. 간협의 단체행동 수위나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간호사와 전국 200여 개 간호대학 학생들은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 명, 경찰 추산 2만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따라서 19일이 간호법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한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정례 국무회의나 이후 열릴 임시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을 비롯한 주요 보건의료 현안 대응방향에 논의하기로 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 단체행동의 주체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