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청약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공사비와 이를 반영한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가는 최근 1년여간 가파르게 상승했고 당분간은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부동산R114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4~2023년) 동안 아파트 분양가는 연평균 8.1% 상승했다. 2020년(0.7%)은 보합세였고 2021년(-6%)은 하락했는데 작년과 올해는 각각 16%, 11.7%나 올랐다.
2020~2021년은 수도권 등 대부분 지역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묶여 통제받는 곳이 많아 상승이 제약됐지만 이후 규제가 완화되고 높아진 원자잿값이 반영되면서 오름폭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분양가 오름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5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0으로 전월보다 9.1포인트 상승했다. 100은 기준점으로 그 자체가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름폭이 컸다는 것은 주택사업자들이 분양가 인상 의지가 강해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고분양가 우려가 있던 단지가 흥행한 것도 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용 84㎡가 10억 원 대로 나온 광명자이더샵포레나와 경기도 용인에서 첫 12억 원대 분양가를 책정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등은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예상보다 큰 인기를 얻으며 마감했다. 청주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도 1순위 경쟁률이 70대 1을 넘겼다.
청약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공급자들은 더욱 자신감 있게 분양가를 높여 부를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위기가 순환고리를 만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분양가 상승 지속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청약경쟁률도 오름세다.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0.3대 1까지 떨어졌던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지난달 5.6대 1까지 올라왔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3월부터 ㎡ 당 194만3000원으로 높아진 것도 분양가 인상을 뒷받침할 재료로 꼽힌다.
건설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 확대도 분양가 상승이란 방향성을 나타낸다. 건설사들이 수년 전 계약 당시보다 더 많은 공사비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임을 강하게 표현하면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 시공사업단(대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은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445만 원에서 620만 원으로 높이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조합은 현재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 권선6구역 재개발은 공사비 갈등으로 일반분양이 지연되고 있고 서울 서초구 신동아 아파트도 공사비 갈등을 겪는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사업 주체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는 것은 기존 분양가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물가 상승과 금융비용 등을 고려할 때 아파트 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