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가리기 현상일 뿐 시장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을 시작하자 수도권 경매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인천 서구와 경기 수원시 영통구 등 몇 주 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곳은 경매 응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낙찰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30일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5일 인천지방법원 경매 3계에서 열린 인천 서구 루원시티 대성베르힐 전용면적 84㎡형 한 가구 경매에는 응찰자 45명이 몰렸다. 두 자릿수 응찰자가 몰리면서 가격도 치솟아 5억6666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0.2%다. 지난달 유찰 당시 경매 시작가 5억470만 원보다 6000만 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경매 낙찰가는 시세보다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 14일 5억5000만 원에 팔렸다. 부동산에 등록된 매물 중 최저가격도 5억1500만 원으로 최종 낙찰가격보다 5000만 원가량 저렴하다.
경기지역에서도 응찰자가 대거 몰린 단지가 등장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건영1차 전용 135㎡형은 지난 25일 수원지방법원 경매 5계에서 열린 경매에서 34명이 응찰했고 7억111만 원에 낙찰됐다. 4억7824만 원에서 시작해 2억2000만 원 이상 오른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유찰된 경매 당시 시작가인 6억832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낙찰가율은 71.8%를 기록했다.
해당 낙찰가는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날 기준 같은 평형 최저 매도호가는 7억1000만 원으로 900만 원가량 높다. 이 밖에 인천 연수구 송도동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도 응찰자가 각각 14명과 20명이 몰린 단지가 등장하는 등 경매시장 활성화 조짐이다.
최근 경매 응찰자가 대거 몰린 곳은 공통적으로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한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인천 서구는 지난 15일부터 2주 연속 집값이 상승했다. 연수구는 이달 22일까지 6주 연속 상승 중이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역시 7주 연속 오름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에서 입지가 좋은 급매물에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이 늘었듯이 해당 사례도 유찰을 거듭해 저가로 시작한 매물 중 입지와 상품성이 괜찮은 곳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찰자가 몰린 지역은 집값 상승지역으로 한정된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기준 인천 평균 응찰자는 2월 10명에서 3월 10.9명, 4월 8.5명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경기지역 역시 지난달 평균 응찰자는 9.8명으로 2월 14.16명, 3월 11.73명 이후 줄곧 내림세다. 이달 응찰자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으로 일부 집값 상승지역 내 매수세가 몰리는 것을 제외하곤, 시장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선임연구원은 “응찰자가 몰린 곳도 낙찰가율 자체는 높지 않고, 전국적으로도 서울을 포함해 낙찰가율이 많이 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매 시장 내 물건 중 선별적으로 수요자가 몰리는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