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과 ‘휴게시간’ 개념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계약직 근로자 임금을 두고 사용자와의 갈등이 적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상승 속도가 최근 가팔라지면서 분쟁이 더 끊이지 않는데요. 계약서상 근로조건을 둘러싼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 해석에 있어 입장 차가 큰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산업재해 및 노동 전문 법무법인 마중의 박제민 수석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개념이 뭔가요?
A.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근로시간 산정 시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54조 제2항에서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단순히 근로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 대기시간 역시 휴게시간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 법은 ‘휴게시간’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설시하고 있고, 실질적인 근로행위를 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라도 근로자가 자유롭게 선용하지 못하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다면 이 역시 근로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한 프로세스의 작업 공정을 마친 작업자들에게 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만 작업장 및 그 위요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면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 볼 수 없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이는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 아니고 근로시간의 일종인 대기시간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 판례는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 참조)”고 하여 이러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습니다.
Q.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 근무를 넘을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고시원에서 상주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총무로 일할 경우 근무시간 계약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1. 근로기준법상 하루 최대 근무시간
우선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및 2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또한 제53조 제1항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여 연장근로를 포함해 1주당 최대 52시간 근로계약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흔히 ‘주52시간 근무제’라 합니다. 따라서 언제나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이내로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사자 간 주 최대 52시간 근로에 합의한 경우라고 해도 1주 합산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1일 근로시간을 얼마든지 연장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예시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는 언론보도 내용을 인용하여 드리겠습니다.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므로 다음과 같은 모든 기준에 따라 계산된 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면 안됩니다.
△ 1일 기준 → 1일 8시간 초과시간을 1주간 합산한 시간
△ 1주 기준 → 1주간의 근로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뺀 시간
예를 들어, A노동자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일 8시간 근무하고, 금요일은 공휴일로 쉬고,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10시간씩 근무를 할 경우입니다.
A 노동자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2시간을 근무했기 때문에 주말에 추가로 20시간을 근무하더라도 1주 기준으로 보면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이므로 근로시간 위반이 아닙니다. [52시간(32시간+20시간)- 40시간 = 12시간]
이 경우 1일 기준으로 근로시간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1일 기준으로 보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10시간씩 근무하여, 연장근로시간은 각각 2시간(=10시간 - 8시간)이 되고 합산하면 4시간이므로 적법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B노동자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일 6시간 근무하고, 토요일 22시간 근무를 할 경우입니다.
B 노동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0시간을 근무하였기 때문에 토요일에 추가로 22시간을 근무하더라도 1주 기준으로 보면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이므로 근로시간 위반이 아닙니다. [52시간(30시간+22시간) - 40시간 = 12시간]
그런데 1일 기준으로 보면 토요일 22시간 근무하여, 연장근로시간은 14시간(=22시간 - 8시간)이 되어 1주간 합산 12시간을 초과하게 되므로 근로시간 제한(연장근로 제한) 규정 위반에 해당하게 됩니다.
매일 분산해서 고르게 연장근로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일에 집중해서 장시간 근무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광주드림
2. 고시원 총무로 일할 경우 근로시간의 산정
이와 관련해서 최근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다205837 판결). 해당 판결의 원고는 고시원 사무실을 관리하면서 특별히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이 고시원장이 문자메시지로 관리업무를 지시한 경우나 입주예정자 또는 입주민이 방실 관리 등을 요구한 경우에만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문제는 고정적으로 사무실에 대기하는 시간이 정해지거나 바깥 외출이 제한되는 특정 시간대는 없었고, 평소에는 고시원장으로부터 제공받은 개인 방실에서 사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바깥출입 역시 자유로웠다는 점입니다. 다만 언제 어느 시점에 고시원장이나 입주민들로부터 지시나 관리 요구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장시간 외출을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곤란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완전히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시간으로 보기 힘든 측면도 있었습니다. 앞서 예시로 든 작업장을 벗어날 수 없는 대기시간과 비교하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관해 원고 측은 고시원 개방시간인 13시간 동안 내내 사실상 고시원장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던 근로시간이었음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및 2심 법원에서는 고정적으로 특정 장소를 지켜야 하거나 외출이 제한되지 않고 개인 시간 사용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단지 원고가 지급받은 월급여의 일당액을 최저시급으로 나눈 시간만을 하루 근로시간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고시원에 상주하면서 위 사무실 개방시간은 물론 그 외의 휴식시간에도 피고나 입주민이 요구하는 경우 수시로 고시원 관리 업무에 투입되었음이 분명하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유급으로 처리되는 주휴를 별도로 부여받았음을 인정할 증거도 부족한데도 이러한 사정을 근로시간 산정 과정에서 간과하였음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대법원 역시 원고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님에 주의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원고는 이 사건 고시원 사무실을 관리하면서 특별히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이 피고가 문자메시지로 관리업무를 지시한 경우나 입주예정자 또는 입주민이 방실 관리 등을 요구한 경우에만 업무에 투입됐던 것으로 보이고, 그 외의 시간에는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고시원 방실에서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활용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원심판결 이유와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사무실 개방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의 13시간 전부를 원고의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하여 기본적으로는 원심 판단과 동일한 맥락으로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서 문제 삼은 것은 원고가 실제로 근로했던 시간을 진실을 재구성하여 구체적으로 산정하기를 포기하고 편의적으로 실수령한 임금을 최저시급에 맞춰 환산한 시간으로 임의적으로 확정한 것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따라서 원심으로 파기 환송된 해당 건은 최종적으로 원고의 주장처럼 1일 13시간의 근로시간이 인정되기는 무리일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원고 측에서 평균적으로 대략 1일 관리 요구나 지시를 얼마나 많이, 자주 부여받았는지 실제 관리 및 청소 업무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였는지를 잘 증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근로시간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증명책임 측면에서 원고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시원에 상주하는 총무 업무를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사용자인 고시원장과 명확한 업무종료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이후로는 어떠한 형태의 업무 지시도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근로계약이 될 것입니다.
Q.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는 경우 사무실 개방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봐야하나요? 이 경우 우리 판례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주요 내용은 앞선 답변으로 갈음합니다. 우리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개방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사례에 대한 판단입니다. 만약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방 시간 내내 총무가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고시원의 규모나 입주민의 성향 등으로 인해 거의 쉴틈 없이 업무가 주어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개방 시간 전체에 근접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여지도 있습니다.
Q. 고시원 총무는 알바인 경우가 많을 듯합니다. 알바에게 근무시간에 따른 최저임금만을 적용해서 임금을 책정하는 것이 맞나요? 특히 알바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나요?
A. 아르바이트와 풀타임 정규직 근로의 경우 최저임금이나 퇴직금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상 차이는 없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로 임금을 정하되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으면 위법이며,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면 알바라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Q. 임금 및 퇴직금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 땐 어떤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나요?
A. 임금체불의 경우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노동청 조사결과 임금체불이 인정되면 노동청에서는 개선조치를 명할 수 있고, 양 당사자 간 적절한 합의를 중재하기도 합니다. 이런 개선조치 명령을 발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노동청에서는 형사처벌 사유로 검찰에 송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노동청 진정을 통한 구제절차는 체불 임금 자체에 대한 집행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돈에 대한 강제력을 확보하려면 지급명령 신청이나 민사소송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다만 민사 절차를 밟기 전에 노동청으로부터 임금체불이 인정된다면 이는 민사 절차에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박제민(변호사시험 10회) 변호사
박제민 변호사는 제10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비영리 공익법률단체 동행 실무수습을 시작으로 존엄과 권리를 상실한 이들을 위해 공익소송을 지원했습니다. 현재 산업재해 및 노동 특화 법무법인 마중 소속 수석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노동‧손해배상‧행정소송 등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