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가 이달 말 토지거래허가구역 만료를 앞둔 가운데 주요 단지들과 지자체에서 재지정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주민들은 구역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최근 서울 내 부동산 시장의 반등이 점쳐지는 만큼 서울시가 구역 해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주민과의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본지 취재결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30일부터 단지 외벽에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 잠실은 서울시의 제물인가?”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거는 등 서울시에 지정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투기 거래가 급증하거나 가격이 급격히 상승 또는 그럴 우려가 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목적으로 지정한 구역을 말한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용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는 사실상 원천 차단된다. 이곳 송파구 잠실동을 포함해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등 14.4㎢는 2020년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2회 연장을 거쳐 이달 22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리센츠 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팔고 싶은데도 못 팔고, 사고 싶은데도 못사는 상황이 3년간 지속됐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거래도 체감상 구역지정 이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리센츠 아파트와 함께 이른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로 불리는 엘스 아파트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엘스 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일대는 과거 잠실 마이스(MICE) 개발 때문에 지정됐는데 지금까지 사업은 진척도 없다”며 “지금까지 목적에 걸맞지 않은 규제로 거래만 크게 줄어 답답하다. 규제 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주민 상황을 대변하며 서울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달 10일 서울시에 전면 해제 의견을 제출했다. 송파구는 자체분석 결과 더는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서울시는 아직은 구역 해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장 과열을 우려해서다. 특히 잠실을 포함해 이번에 만료를 앞둔 지역들은 서울 부동산 내에서도 상급지로 불리는 만큼 주변 향후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4월에는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의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1년간 연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잠실동 일대 단지들에서는 최근 아파트값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형(15층)은 지난달 27일 23억15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올해 들어 이 아파트 해당 평형 매매 거래 전체 49건 중 최고가 거래다.
거래량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잠실동 일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39건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 157건을 크게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을 제한하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원래도 인기 지역이다. 구역으로 지정해 투자 수요를 강제로 막으면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되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개인의 재산권 문제를 포함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해제를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