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국가경쟁력 훼손하는 중범죄…양형기준 높여야"

입력 2023-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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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 제출

(이투데이DB)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전경련은 건의 배경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 데 비해, 기술유출 시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수준이 낮은 이유로 △법정형 대비 약한 수준의 양형기준 △악용될 소지가 크고 불합리한 형의 감경요소 등을 꼽았다.

전경련은 대만ㆍ미국 등 주요 경쟁국의 경우 간첩죄 신설 또는 범죄 피해액을 고려한 양형기준 가중 적용을 통해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다면서, 한국도 △양형기준 상향조정 △감경요소 재검토 등을 통해 실제 처벌 수준을 높이고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현재 한국이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관해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정작 실제 처벌은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보호 관련 대표 법률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 원 이하 벌금을 병과한다. 그 외 산업기술을 해외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총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 또는 집행유예(27.2%)가 대부분(87.8%)이었고, 재산형과 유기징역(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달리 대만, 미국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양형기준을 피해액에 따라 가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최대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은 작년 국가 안전법 개정(2022.6.8일 시행)을 통해 군사ㆍ정치영역이 아닌 경제ㆍ산업 분야 기술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백만 이상 1억 위안(약 4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기술대국인 미국의 경우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해 최대 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고, 이 경우 188개월(15년 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전경련은 만약 우리나라 국외유출 1건당 피해액(약 2.3억 불)에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면, 32등급 범죄행위에 해당해 121개월(10년 1개월)에서 262개월(21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범죄에 대해 처벌이 낮은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법정형보다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해외 유출 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 6개월이다. 가중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전경련은 "이런 형량이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처벌규정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양형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국가 핵심기술 등의 유출에 대해 일반적인 영업비밀과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현행 양형기준 상의 감경요소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실제 처벌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ㆍ관리자가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해 행하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상 형의 감경요소를 악용할 소지가 있어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첨단기술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는 개별기업의 피해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훼손을 가져오는 중범죄”라면서 “기술 유출 시 적용되는 양형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감경요소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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