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웹사이트에 음성 통역 서비스가 없는 것은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라며 대형 유통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시각장애인들이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은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8일 시각장애인 임 모 씨 등 963명이 SSG닷컴·이베이코리아·롯데쇼핑을 상대로 각각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화면낭독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1심 판단은 유지했다. 온라인쇼핑몰 업체에게 대체 텍스트 제공해 웹접근성을 보장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1심에서 인용됐던 금원 지급 부분에서 원고 부분을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1인당 10만 원 배상'이라는 1심 판단을 취소한 것이다.
판결 직후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기자들을 만나 "일단 판결문이 송달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봐야겠지만, 현재 재판부의 보수적 성향에 의한 판결이라고 판단된다"며 "(판결문을) 송달받은 이후에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이 존재한다. 차별에 있어 재판부의 시각이 여전히 보수화되어 있다"며 "해외 사례나 이런 판례들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로 검토가 이뤄진 거로 판단이 된다"고 밝혔다.
위자료 기각에 대해서는 "시각장애인을 소비자로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금액보다는 장애인 차별에 대한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고를 예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임 씨 등은 2017년 9월 "시각장애인들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접근해 물품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보 이용 차별에 따라 1인당 2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