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매도인이나 주택 양수인에 임차권 대항 가능”
분양계약이 해제되기 전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기존 집주인으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매수한 새 주인이라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했으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 A 씨가 매매계약이 해제된 후 주택을 양수한 B 씨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가 임차권을 주택 양수인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10월 C 씨와 경기도 광주시 한 신축빌라의 집을 임대차 계약했다. 계약 당시 C 씨는 이 집을 분양받는 매매계약을 진행 중이었다. ‘건물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계약 내용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포괄적으로, 구 소유자에겐 면책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특약을 임대차 계약서에 넣었다. A 씨는 2018년 3월 전입신고를 마친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
이후 C 씨가 진행하던 분양계약이 취소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임차인 A 씨가 집주인으로 알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C 씨가 분양 받지 못하면서 미등기 매수인이 된 것.
2019년 4월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새 집주인 B 씨는 A 씨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임차인 A 씨는 B 씨에게 임차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거부당하자 새 집주인 B 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는 A 씨가 모두 패소했다. 문제가 된 신축빌라 주택을 결국 분양받지 못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지 못한 C 씨는 집주인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은 임차권을 새로운 집주인인 B 씨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원고는 분양계약에 기초해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C 씨로부터 분양계약이 해제되기 전 주택을 임차해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미등기 매수인의 임대권원의 바탕이 되는 분양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기존의 집주인인 매도인이나 주택 양수인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임차인 측 소송을 대리한 황귀빈 법무법인 삼양 변호사는 “전세사기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소위 ‘동시진행’ 신축빌라 분양 관련 분쟁 사건을 비롯한 임대차 쟁송 및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부동산 전문 변호사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