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는 잊어라...아르헨 유력 대선후보 “달러화 국가통화 채택”

입력 2023-06-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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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화 가치, 사하라 사막의 얼음처럼 녹아”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
국제수지 악화 등 우려도

▲100달러 지폐에 아르헨티나 대선 주자 하비에르 밀레이 얼굴사진을 합성한 그림판이 놓여져 있다. AP뉴시스
아르헨티나의 유력 대통령 선거주자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자국 페소화를 폐지하고 미국 달러화를 국가통화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 출마한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밀레이 하원의원 겸 자유주의 정당 연합 대표는 “페소화의 가치는 사하라 사막에 있는 얼음처럼 녹아내리고 있다”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으로 달러화 도입을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09%에 달했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반 토막 났고, 이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치솟았다. 기준금리는 97%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가 연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몇몇 국가들이 경제 위기 이후 최후의 수단으로 달러화를 채택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자국 화폐를 버리고 달러화를 채택한다면, 가장 규모가 큰 달러화 채택 국가가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현재 미국 달러화를 채택한 7개국 중에서 가장 큰 에콰도르의 5배에 달한다.

밀레이의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면 아르헨티나는 ‘탈달러 세력’에서 이탈하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초 브라질과 공동 통화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4월에는 중국산 수입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밀레이의 ‘달러라이제이션(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공식 채택하는 것)’ 도입 계획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통령 당선은 물론이고, 여당이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약 1000명의 아르헨티나인을 대상으로 벌인 최근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60% 이상이 달러화 채택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채택이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과도한 통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과 페소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있다며, 정부가 이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중앙은행 관계자는 “달러화 채택은 뚱뚱한 남자에게 더 나은 식단을 처방하는 대신, 그에게 구속복을 입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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