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악용한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전세 리스크 해결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매매전세비가 높은 주택(70% 이상)에 대한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 대출에 한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감안하면 주택경기 위축기마다 전세 리스크가 지속해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에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이같은 제언이 나왔다.
전세시장은 한국만의 독특한 임차 형태다. 한국에서 전세제도가 발달한 것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으로 인해 사적 금융의 일환으로 전세제도가 활성화한 데서 기인한다.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국내 전세보증금 규모도 갈수록 확대됐고, 지난해 말 기준 약 900조~100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전세자금대출이 서민을 위해 중요한 주거금융 수단으로 주택 구매 전인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에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세입자가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전세가격 상승 및 투자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과도한 지원에 대한 부작용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전세제도는 △매매가격 하락 시보다 전세가격 하락 시 보증금 반환 지연과 손실 확대 △임대차 3법 이후 급등한 전세가격을 기반으로 투자 증가, 최근 가격 조정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증가 △무자본 갭투자를 기반으로 한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가능한 구조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보고서는 △금융시스템과 보증보험 강화 △전세거래 불확실성 제거를 통한 안전성 확보 △기업형 임대사업자 및 중개기관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전세자금대출은 거래 금액이 커 금융비용 역시 커질 수밖에 없으며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대출은 결과적으로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다.
또한, 매매전세비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도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가격 하락 시 전세보증금 손실 방지를 위해 매매전세비가 70% 이상 주택이면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의 대출에 대해 한시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한도 내에서 추가 대출이 가능하지만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대해서는 주담대 비율(LTV)을 70%로 일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1억5000만 원 한도 내에서는 DSR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검토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은 6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DSR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 이후 추 부총리와 원 장관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한 대출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연이어 밝혔다. DSR 규제 완화를 위한 산식과 기준 설정에는 실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전세계약 시에는 임대인의 전세보증보험 의무가입을 규정하고 매매 및 임대차 물건 하자 시 중개업소 공제증서의 보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아울러 중개업소의 임대인 관련 정보 확인을 의무화하고 기업형 임대사업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사업자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최근 전세사기 관련 대책은 피해자 지원이 주를 이루지만 구조적 리스크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전세사기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상당하지만 역전세로 인한 부작용 역시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구조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