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ㆍ블로그ㆍ텔레그램 등, 주식시장 불공정 답습
확인되지 않은 고수익률 광고에, 묻지마 투자 러시
‘레퍼럴' 영업 방식, 손실 가능성에 대한 고지도 없어
갑작스레 출금을 중단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과정은 자본시장의 허위·과장 광고와 판박이였으나, 이를 다루는 규제는 없었다. 특히 국내에서 신고 없이 영업을 이어온 비인가 사업자인 하루인베스트는 완전한 제도 공백에 놓여있었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는 연평균 12%, 최고 25%의 높은 목표 수익률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국내에서 영업할 수 없지만, 블로그·유튜브·텔레그램이 활용됐다. 하루인베스트에 억대의 투자금을 맡겼다는 한 투자자는 “하루인베가 다른 곳과 달리 텔레그램 등에서 피드백이 잘 이뤄져 오히려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국내 영업을 해온 셈이다.
자본시장의 펀드나 주식과 달리, 손실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고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루인베스트는 이용 약관에서 “모든 예금은 투자 관리로 인해 잠재적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락업 투자를 시작한 2019년부터 시장 변동성 속에서 약속된 수익을 제공하는 데 항상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미인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형적인 국내 영업 방식 중 하나인 ‘레퍼럴’ 역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사용됐다. 레퍼럴은 가상자산 유튜브 및 인플루언서를 통해 추천인 코드 입력하면 수수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들은 추천 건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서는 시장이 한참 활황일 때 일부 유튜버들이 레퍼럴로 수십~수백 억 원대의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이 있다.
진현수 디센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레퍼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따라 다르지만, 거래소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은 채 적극 홍보했다면 형사상 사기죄나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신고 없이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사업자는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접속 차단을 위해 경찰과 방통위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고 있지만, 19일 현재까지도 유튜브 등에서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의 레퍼럴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신규 사업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ISMS 예비 인증 역시 홍보 마케팅에 활용됐다. ISMS 예비 인증은 가상자산 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한 사전 절차로, 고객 정보보호 인증을 위한 관리 체계를 점검해 적정 수준을 만족할 경우 예비인증을 부여한다.
하루인베스트 측은 지난달 9일 보도자료를 통해 ISMS 예비인증 취득 사실을 밝히며, “하루인베스트 코리아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 신청 과정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마치 VASP 절차를 밟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줬지만, 실제 VASP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규 사업자를 위해 낮춘 시장 진입 문턱이 오히려 투자자 보호에 해가 된 셈이다.
하루인베스트가 미신고 사업자라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있지만, 델리오는 유용 금액의 일부를 하루인베스트에 맡겼다. 하루인베스트는 이 자금을 파트너사 B&S 홀딩스에 위탁했다. B&S 홀딩스는 지난해 11월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의 정확한 운용 자금 규모는 물론, 서로 간 얼마를 맡겼는지 예치 금액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17일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사내 인력만으로 소화가 어려워지면서 하루인베스트에 거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자 동의 없이 하루인베스트에 돈을 맡겼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정 대표는 “손실 규모는 유동적이라 파악 중”이라며, “투자자 대표 회의가 구성되면 대표자 회의를 통해 (손실 규모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델리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예치금 규모는 1000억 원 미만”이라고 말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를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