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건 압수물서 추출한 ‘위법 수집’…증거 안 돼”
1‧2심 군사법원, 현역군인에 ‘무죄’…대법도 무죄
추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다른 사건의 압수물에서 추출한 정보를 활용해 수집된 증거는 ‘위법 수집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군기누설 혐의로 군사법원 재판에 넘겨진 현역군인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20일 밝혔다.
옛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는 B 씨가 방위산업 컨설턴트를 진행하면서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발주한 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B 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1차 압수수색 대상에는 B 씨가 파일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컴퓨터, 노트북, 외장형 하드디스크, 휴대용 저장장치(USB), 휴대전화 등 정보저장 매체와 그 정보저장 매체에 수록된 내용, 수첩, 노트 등 범죄사실과 연관된 문서자료 등이 포함됐다.
B 씨 수사가 끝난 뒤 기무사는 방사청 내부자가 기밀을 외부에 흘렸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B 씨 사건 압수물을 사후 추가적으로 분석, 이 사건 피고인 A 씨에 관한 내사를 개시했다.
이후 기무사는 내사 중에 B 씨 사건에서 확인한 A 씨 관련 자료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현역 군인인 A 씨가 방산업체 관계자 부탁을 받고 군사기밀과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A 씨에 대한 기무사의 기소가 다른 사건 압수물에서 추출한 정보를 통해 수집한 ‘위법 수집 증거’에 기반해 위법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무사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복제본에 담긴 전자정보를 탐색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선별하여 출력하거나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하는 등으로 압수를 완료하면,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 혐의의 수사를 위해 무관정보가 남아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