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프푸어스)는 현대카드의 ‘B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자산 건전성 악화에 방어하는 점과 향후 2년 동안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회사 지위를 유지하며 필요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반영됐다. 신용전망은 현대카드가 향후 최대 2년간 우수한 자본 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 하에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이희진 S&P연구원은 "현대카드가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어려운 영업환경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 시, 높은 금리 수준은 현대카드의 자산 건전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라며 "현대카드가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한도를 줄이는 등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S&P는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사업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며 그룹 내 전략적으로 중요한(strategically important) 자회사로 평가했다. 기존 평가는 전략적으로 다소 중요한(moderately strategic) 자회사였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BBB+, 안정적)와 기아(BBB+, 안정적)의 신차 판매 촉진을 위한 장기적 전략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기아와 다수의 PLCC(private-label credit cards) 상품을 출시해 왔으며, 그룹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BBB+, 안정적)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차구매 시 카드결제를 통한 선수금 납부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또한 신용카드를 활용한 차량 내 간편결제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확대하려는 그룹의 전략 측면에서도 현대카드의 역할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2023년 5월 말 기준,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는 현대카드 지분 약 78%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현대카드가 보수적인 리스크 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도가 낮은 고객의 신용카드 한도를 선제적으로 축소하고 리볼빙(일부 결제금액이월약정) 상품 관리기준을 강화해왔으며, 이는 자산건전성 압박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상품의 성장도 지양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전체 카드 자산 대비 고위험 상품 비중은 2017년 말 기준 약 32%에서 지난해 말 약 23%로 감소했다. 이는 2022년 말 업계 평균인 약 29%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 부담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수준의 자산성장 기조를 통해 향후 최대 2년간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과거 자산관리 성향도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같은 국내 금융당국의 언더라이팅 기준 강화는 현대카드가 차주들의 적정한 상환능력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사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2023년 3월 말 기준 약 1.2%로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이며 업계 평균인 약 1.5%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다만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특별지원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BBB+’ 그룹 신용도가 동사의 ‘BBB’ 자체신용도(stand-alone credit profile)보다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S&P는 현대카드의 자체신용도와 현대자동차그룹의 그룹 신용도가 약화할 경우,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