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장 잔혹사...잇단 고소·고발전에 정비사업 난항

입력 2023-06-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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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갈등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는 곳들이 잇따르고 있다. 조합장의 비리부터 조합운영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 늘어나는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 되는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조합장 정모 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9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 씨는 뇌물을 수수하고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이중 계약을 맺었다는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문1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 이사회와 대의원회가 조합장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직전 조합장 역시 업무상 배임·횡령 비리로 구속된 데 이어 교체된 조합장도 비리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역시 비슷한 사안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북아현3구역의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수의계약 관련한 업무상 배임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조합장과 조합 임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특정 업체에 용역 독점권을 주는 등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불법이나 편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대문구도 해당 조합의 법률 위반 행위를 포착하고 서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에서 자체적으로 벌인 조합운영 실태점검에서 8건의 부적격 사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총회 없이 비용을 독단적으로 집행하고,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경쟁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밖에 지난 2월 성동구 성수4지구 조합원들은 해임 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임원에 대한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집행부가 초고층 재개발을 앞두고 대형 설계업체가 아닌 영세 업체를 선정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반발한 집행부는 무효를 주장하며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최근 서울동부지법은 성수4지구 조합원들이 전 조합장과 임원들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조합장과 임원의 직무는 정지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장에게 권력이 쏠려있는데 견제 세력은 없어 문제가 생기기 쉬운 구조”라면서 “조합 집행부의 힘이 막강한 만큼 외부 업체들의 로비도 많아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비사업장의 법률 위반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4개 광역시와 정비사업장 8곳을 점검한 결과 모두 108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적격 사례 108건 중 19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남은 89건 중 14건은 시정명령, 75건은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이처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의 내홍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이자 등 금융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조합 청산이 늦어지면 조합 구성원에 들어가는 보수 등 조합운영비도 계속 불어나 조합원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조합들이 조합 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사적 조직이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거나 도덕성 문제를 지켜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기관에서도 지휘, 감독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이라며 “행정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문제를 관리해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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