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을 배출한 SK그룹이 바이오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을 육성하는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한 CDMO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K㈜의 CDMO 자회사 SK팜테코는 CGT 사업의 글로벌 통합 운영 체계를 구축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모색한다. 대규모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원료·공정개발·생산·분석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SK팜테코의 자회사 이포스케시는 유럽 최대 규모의 CGT 공장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이포스케시는 SK팜테코가 2021년 사들인 프랑스 소재 CGT CDMO 기업이다.
이포스케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5000㎡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 총 1만㎡ 규모의 생산 설비를 확충했다. 제2공장에서는 CGT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바이럴 벡터인 아데노부속바이러스와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생산한다. 바이럴 벡터란 유전자를 타깃 세포 및 체내로 전달하는 운반체를 말한다.
바이럴 벡터 시장은 2028년 16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한 분야다. 연평균 18%란 높은 성장률을 보일 만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선진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설비가 충분치 않아 이포스케시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CGT는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항체의약품의 뒤를 이을 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불린다. 환자 개인에 대한 맞춤형 치료제로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타깃해 유전병, 희귀질환 등을 극복할 수 있다.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나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 등이 대표적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1인당 치료 비용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란 점이 특징이다.
SK팜테코는 지난해 미국 CBM(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의 2대 주주에 올라서면서 유럽과 미국 양쪽에 CGT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안정적인 합성 원료의약품 사업을 배경으로 CGT에 투자,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것이다. 실제로 FDA는 지난해에만 5개의 CGT 신약을 승인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 SK의 선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매출 9070억 원, 영업이익 490억 원 사상 최대 실적을 쓴 SK팜테코는 올해 1분기 매출 1970억 원, 영업손실 150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대형 제약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에 따라 관련 제품 수주를 줄인 탓이다. 회사는 일시적인 부진으로 판단하고, 핵심 제품의 수주를 늘려 이를 타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