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조 퇴직연금 지각변동 예고
은행·보험사에 적립금 77% 쏠림
자산관리 강점 증권사 반전 노려
원금보장형 포함 취지 훼손 우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인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금 머니무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는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게 디폴트옵션의 도입 목적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은행과 보험에 자금이 몰려 있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38조3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74조9013억 원으로, 시장 점유율 51.7%를 차지한다. 이어 보험 86조5809억 원(25.6%), 증권 76조8838억 원(22.7%) 순이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퇴직연금 상품에서 금융사가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만큼 각 사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다른 업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증권업계는 가입자들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은 머니무브를 방지하기 위해 과당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340조 원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지만, 노후 대비 연금 기능은 부족하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퇴직연금 서비스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통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립금운용위원회 등 제도 안착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시장 내 경쟁을 통해 수익률 제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