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리스크에 건설사 신용등급도 ↓
“기업, 추가 유동성 더 확보해야”
기업들의 빚 부담이 커지자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상반기 성과가 가시화하고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정기평가가 진행되는 6월까지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돼서다. 대기업 계열사부터 건설사까지 기업 경기 전반이 악화 중이다.
3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세 곳 모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한기평은 롯데케미칼의 등급 조정에 대해 “부진한 실적, 투자 부담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며 “반등 속에서 실적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며,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회복이 어려울 전망인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향으로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건설과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무보증사채(SB)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롯데그룹 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효성화학, 한화솔루션 등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도 있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5월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나신평은 LG디스플레이의 등급 조정에 대해 “전방 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와 대규모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며 “영업현금창출을 상회하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로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차입금 감축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지속하며 건설사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다. 롯데건설은 물론 지난달 한기평과 한신평은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7위 건설사다.
한신평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업장에 PF 신용보강을 제공한 결과, 태영건설의 연결기준 PF 보증 규모는 올해 3월 말 2조4000억 원까지 확대됐다”며 “전체 PF보증의 50%에 근접하는 미착공 PF 보증 현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분양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크고,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보증 규모의 감축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태영건설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했다.
한신공영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기평은 한신공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일성건설은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한편 기업이 채무상환 등을 이유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하면서 신용등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CJ CGV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은 1조1777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CJ CGV는 총 1조2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두 기업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는 한 달간 각각 15%, 40% 넘게 하락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돼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연초 대비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줄어들고 있어 쉽지 않다”며 “경기 둔화에 따라 기업 실적이 (신용등급 강등) 확인 근거가 되겠지만,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점이 더 중요하다. 시장을 봤을 때 추가적인 유동성을 좀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