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연체율 최대…건전성 악화
9월 상환유예 종료 땐 부실폭탄 우려
올해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315조 원을 돌파했다. 1년 새 4조6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치솟는 이자 부담에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2금융권에서도 마구잡이로 돈을 빌리며 올해 1분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체율이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이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까지 종료되면 금융권 부실의 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15조36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10조7815억 원)보다 4조5861억 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만 6개월 새 1조2765억 원 늘어났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당시 빌린 대출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끌어다 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대출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033조7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더 높은 금리의 2금융권 대출이 높은 것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 기간 저소득 자영업자(소득 하위 30% 이하)의 은행 대출 잔액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83%, 23.7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 8.67%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연체율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8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월 말 현재 1.00%로,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4분기(0.12%p), 3분기(0.06%p) 대비 크게 뛴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9월 이후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9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저금리 분할상환 대출 등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대출만기를 연장해주고 연체율을 낮게 관리했지만, 고물가 속에서 자영업자의 매출회복이 더뎌지면서 부채 상환을 못하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잠재 성장률이 2%보다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금융지원 연장을 통해 매출 회복이 되면 부채 상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