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68년 독점 막 내린다…거래소 복수 체제로

입력 2023-07-19 15:16수정 2023-07-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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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넥스트레이드’ ATS 예비인가 의결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 설립이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 승인으로 닻을 올렸다. 이로써 1956년부터 68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의 독점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된다.

ATS는 한국거래소 상장주권 및 주식예탁증서(DR) 매매·중개·주선·대리 업무를 하는 투자매매 및 중개업자를 뜻한다. 상장 심사·청산 결제·시장 감시 기능은 하지 않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내년 말까지 본인가 신청

19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넥스트레이드’의 ATS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의결했다. 금융위·금융감독원은 거래소 간 경쟁체계를 구축해 자본시장 혁신을 제고하기 위해 ATS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번 넥스트레이드 예비인가는 2013년 제도 도입 이후 최초의 대체거래소 예비인가다.

금융위는 “넥스트레이드 예비인가 심사 결과, 자본시장법령상 모든 인가 요건을 충족했고, 외부평가위원회도 동사가 다자간 매매체결회사 투자중개업을 영위하기에 적정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18개월 이내로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본인가 신청 후 1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는 경우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내년 말 정식 영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왼쪽부터) 한정호 KB증권 상무,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금융투자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사진 제공=금융투자협회)

넥스트레이드는 지난해 금투협, 증권사, IT기업, 증권유관기관 등 총 34사가 합심해 설립한지 8개월 만에 이뤄낸 작은 성과라고 자평했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향후 본인가 취득에 문제가 없도록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넥스트레이드는 △합리적인 거래비용 체계도입 △탄력적인 거래시간 운영 △보다 빠른 거래체결속도 제공 △시장친화적 유동성 공급제도 도입 등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디딤돌 역할을 위한 ‘10대 과제’도 추진한다.

ATS 도입, 뭐가 좋아지나

우리보다 앞서 ATS를 도입한 해외 주요국을 살펴보면, ATS는 정규거래소와 경쟁해 매매체결 서비스의 질적 도약, 유통시장 경쟁 촉진 및 시장효율성 제고 등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201년 말 기준으로 총 62개 ATS를 두고 있다. 미국 ATS의 상장주식 점유율은 거래대금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약 11%다. 미국의 경우 ATS를 독립된 시장으로 인정해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 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매매체결 속도 향상, 호가 스프레드 감소, 거래비용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가장 성공적인 ATS로 평가받는 바츠(BATS)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과점 시장을 허물 정도로 성장해 2008년 정규거래소로 전환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ATS는 미국과 유럽보다 시장점유율은 낮은 수준이나 정규거래소의 혁신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정규거래소인 JPX는 대체거래소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극적인 IT투자와 주문제도를 다양화하는 등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의 순기능이 관측되고 있다.

금융위는 “ATS-정규거래소간 경쟁체계 구축을 통해 거래수수료 인하와 투자자의 거래비용 절감, 매매체결속도 향상, 거래비용 절감에 따른 주식시장 전반의 거래량 증가, 시장의 호가 스프레드 감소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식만 거래…반쪽짜리 거래소 우려도

한국거래소와 비교하면 ATS가 가진 권한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ATS에선 주식 거래만 가능하고 상장심사,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의 기능은 한국거래소에서 수행하게 된다. 거래대상 또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주식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ATS의 거래 상품을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 비상장주식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ETF 거래의 10%, 비상장주식 거래의 19%, 국채 거래의 42%, 증권화상품 거래의 20%가 AT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럽도 ETF 63%, 국채 87%, 회사채 88%, 파생결합증권 54% 등이 ATS에서 처리되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ATS 설립 후 주식 거래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ETF, 토큰증권(ST)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매매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한국거래소와의 차별화된 ATS만의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TS에 요구되는 규제적 요건은 해당 거래플랫폼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고려해 거래대상의 거래특성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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