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기술이 자동차 디자인 바꿔
전력 소모 30% 수준, 수명도 10배
LED 쓰면 전기차 주행거리 유리해
1970년대 미국차는 유난히 못 생긴 차들이 많았다. 차 뒤쪽에 미친 듯이 날개를 달았던 1960년대의 가벼움은 걷어냈으나, 1970년대 들어서는 네모 반듯한 차들만 가득했다.
물론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립되기 이전이었다. 겉모습은 오로지 기능과 내구성에만 초점을 맞추던 때였다.
◇전조등은 무조건 동그랗게…크기는 7인치로
미국차 디자인이 단순했던 이유는 여러 부품을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전조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가 본격 대량 생산 체제에 접어들자 미국은 전조등을 하나의 기준으로 규격을 맞췄다. 차 회사와 모델이 달라도 전조등은 똑같았다. 모양은 무조건 원형으로 크기는 지름 7인치(약 17.8cm)로 제한했다.
모든 차의 전조등이 동일한 장점은 확실했다. 전조등이 깨져도 미국 어디서나 같은 모양의 전조등을 쉽게 구해서 장착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품 값도 낮았다.
다만 모든 자동차 전조등이 같은 크기의 동그란 원형이라서 멋스러움과 거리가 멀었다. 동그란 전조등 2개를 좌우로 연달아 장착하거나, 세로로 2개를 심어 넣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으나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미국 수출차도 원형 전조등 달아야
미국에 수출되는 독일차도 규제를 피하지 못했다. 멀쩡한 네모 모양의 전조등을 걷어내고 7인치 동그란 전조등을 심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자동차의 레이아웃과 동그란 전조등이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1970년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독일에서는 멋있는 네모 전조등을 얹었으나 미국 수출형은 동그란 전조등으로 바꿔 장착했다.
법적인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팝업’ 방식의 전조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전조등을 감추고 다니다 램프를 켜면 차 안에서 동그란 전조등이 솟구쳐 오르는 형태다. 한때 기아가 영국 로터스에서 생산권을 얻어와 만들었던 ‘엘란(Elan)’도 이런 형태의 팝업 헤드램프를 얹었다.
1980년대 들어 전조등에 대한 규제가 해제되자 미국 차 회사는 감춰왔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기 시작했다. 포드의 고급차 버전인 머큐리는 고급차 세이블을 개발하면서 요즘도 보기 힘든 좌우 일체형 전조등을 내놓기도 했다. 이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아 세이블’로 팔린 바 있다.
◇낮에는 네모, 밤에는 세모로 바뀌는 디자인
21세기 들어 자동차 전조등은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계기는 LED 기술의 발달이다.
초기 LED는 광량이 부족해 자동차의 전조등보다 주간주행등 역할에 국한됐다. 이후 기술 발달이 거듭되면서 할로겐 전구보다 높은 광량을 확보한 LED는 자동차의 다양한 곳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서 높은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작은 LED가 모여 차체 디자인이 되고, 커다란 레이아웃을 만들었다,
동시에 조명으로 하나의 디자인을 일궈내는 ‘라이팅 아키텍처’도 등장했다. 낮에는 네모로 보였던 후미등이 어두운 밤에 LED 램프를 켜면 세모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 푸조와 르노가 이런 디자인을 앞세웠고, 미국차 가운데 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이 과감하게 LED 램프로 디자인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 역시 LED 기술을 통해 과감한 디자인을 뽑아내기도 했다.
◇소비전력 일반 전구의 30% 수준…전기차 시대 필수
LED 램프는 광학 구조와 렌즈 기술, 방열시스템, ECU 모듈, 반도체 소자 등 다양한 핵심 기술이 집약된 첨단 부품이다.
단순하게 디자인을 넘어서 미래 자동차용 친환경 조명 광원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먼저 높은 열을 내는 일반 전구보다 전력 소모가 30% 수준에 불과하다. 수명도 10배 이상 길어 LED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모품이던 기존 헤드램프와 달리 수명이 반영구적인 셈이다.
전력 소모가 적다는 것은 전기차 시대에서 1회 충전으로 더 많은 주행거리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기 산업 수요가 적어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나 이제 일반 전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도 낮아졌다. LED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