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무량판 구조 보완’…“문제없다” vs “구조적 한계 분명”

입력 2023-08-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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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구조 슬래브 보완 법 중 철판보강법 개념도. (이투데이DB)

사상 최초로 아파트 무량판 구조 보완이 결정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구조 보강작업으로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계산과 달리 실제 보강 작업 후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반론도 팽팽한 상황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보강 철근’ 누락 사태 원인으로 ‘건설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고 혁파를 지시한 만큼 사태 파악과 함께 보완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무량판 구조 보완은 전례가 없는 사례로 원인 파악부터 보완 시공법 결정, 보완 시공 이후 지하주차장 활용도 저하 등 난항이 예상된다.

한 건설사 소속 건설시공기술사는 “무량판 보강 작업은 전례가 없어서 이를 어떤 식으로 보강할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물론, 구조설계사도 엄청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량판 구조 보완은 기둥 주변에 철골이나 철판을 덧대거나 기둥을 확장하는 방법, 기둥 신설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주로 철골이나 철판을 천장 벽면 기둥에서 아래쪽에 덧대 콘크리트를 보강하는 ‘주두(기둥의 맨 윗부분) 보강’ 방식이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무량판 구조 보완 공사가 진행되면 기술적으로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일부 전문가는 보완 시공 이후 변수가 발생하면 안전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원래 무량판 구조를 시공할 때 보강 철근이 들어가야 하는데, 시공 이후에 보강법을 적용하면 당장은 완벽하게 보완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접착 부위가 온도 차이 때문에 떨어지거나, 누수가 생기면 (보강 부위가) 뜰 수 있다”고 말했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는 “LH가 제시한 보강법은 (현장에 적용) 가능한 방법이고 보완 방식의 개념 자체는 괜찮다”며 “다만 기둥 신설 등 보강법은 세부 사항이 중요한데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런 세부안이 정확히 제시돼야 타당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하주차장 내 기둥 보완 시공 이후 기둥 신설이나 층고(높이) 저하 등 부수적인 문제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 교수는 “보강 과정에서 층고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콘크리트 타설법으로 보강하면 그만큼 늘어난 무게 때문에 하중 압력이 더 작용할 수 있다. 이러면 구조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 건설시공기술사 역시 “무량판 구조는 보(대들보)를 없애고 그만큼 층고를 확보한 것인데 철판이나 철골 등으로 기둥을 보강하면 확보한 공간이 사라져 층고가 낮아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반 승용차는 관계없겠지만, 트럭이나 일부 SUV는 못 들어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구조기술사는 “현행법상 지하주차장 내 차량 통행 통로 폭 6m를 확보해야 하는데 (보강 작업으로) 기둥 폭이 커지면 일부 대형 차량의 양방향 통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구조 보강을 마쳐 안전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해당 단지 신뢰도나 재산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강 작업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진행해 구조 안정성을 높이겠지만, 신뢰성 하락은 또 다른 문제”라며 “LH가 입주자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개별 보상 방안 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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